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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

<누가 안네 프랑크를 배신하였나?>, 미결 수사팀의 새로운 결론

누가 안네 프랑크를 배신하였나? 아마도 현대 역사에서 가장 많이 되풀이된 질문 아닐까 합니다. 2018년부터 이 사건에 대한 단서들을 재조명해보기 위해 “미결 사건 팀"이 새롭게 구성되었고 이 팀에서 오랜 수사 결과 도출한 결론은 그다지 기쁘지도, 정의로운 느낌조차 주지 못합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네 프랑크를 배신한 후 나치에 넘긴 것은 같은 유대인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네덜란드가 독일에 점령된 당시, 나찌는 유대인들에게 직접 평의회를 구성하게 했고 이 평의회는 자신들 유대인들 중 수용소로 보낼 사람의 목록을 직접 작성해야만 했습니다. 평의회에 구성된 사람들이 얼마나 심한 압박을 받았을지 느껴지는 부분입니다. 놀랍게 미결 수사팀은 이 평의회가 네덜란드에 숨어있는 유대인들의 주소 목록을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안네 프랑크의 배신자는 예상대로 이 목록에 접근이 가능한 유대인 평의회의 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런 목록 자체가 있었다는 것에서 뭔가 석연치 않습니다. 유대인 거주지 목록을 가지고 다니는 것은 소지자에게도 굉장히 위험부담이 따르는 일일뿐더러 그것을 작성할 이유도, 또한 애초에 주소를 모으는 일이 가능할 리가 없습니다. 숨어있는 유대인을 찾겠다고 경찰들이 눈을 부랴리고 있는 와중에, 유대인과 그 조력자들이 다른 사람에게 주소를 넘길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요?

목록에 대해 신뢰성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 사실은 아직까지도 어떤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잔인함은 단순히 압제자로 부터 나오는 것뿐만 아니라, 압제자가 설계한 대리전에서 우리끼리 서로 살겠다고 싸우게 만든다는 사실이 그렇습니다. 배신자는 아마도 자신의 가족을 안전을 위해 안네 프랑크의 주소를 넘겼을 거지만 이 같은 그의 결정으로 오토 프랑크는 모든 가족을 잃었던 겁니다. 

 

이 이야기가 약자들간에 물어뜯는 불행한 평형상태를 다루는 와중에, 어쩌면 인간이란 이 같은 상황으로 몰리기 쉽거나, 아니면 애초에 그렇게 설계되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이 듭니다. 나치가 패권 한 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권위주의를 흠모하고 있고, 또한 파시즘과 같은 인기영합주의가 다시 정치권을 휩쓸고 있습니다. 안네 프랑크가 만약 살았다면, 그녀는 아마도 그 세계에서 다시 학교에 갈 수 있기를, 또한 아름다운 암스테르담 거리를 자유롭게 걷기를 꿈꾸었을 겁니다. 하지만 세계가 과거와 같은 실수를 반복할 준비가 됐을 거란 것은 미쳐 예상치 못했을 것 같습니다.

 

* 아래 제가 작성한 Goodread 책의 평을 번역했습니다.  

https://www.goodreads.com/book/show/56395314-the-betrayal-of-anne-fra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