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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놀라운 오디세이>

평범한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정치인들이 오직 자신만을 위해 관심받기를 갈구하고, 그들의 연약한 자아를 노출시켜가면서까지 소극적 게임을 벌이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우연치 않게도 이 모든 정치인들은 전부, 남자이기도 하죠. 우익 인기영합주의가 횡행하며 정치적 극장에서 벌어지는 행태가 가장 극단적으로 더러워진 요즘 같은 때에 많은 사람들이 독일에서 총리로 16년을 역임한 여성 총리, 메르켈에게서 실낱같은 희망을 보는 것은 굉장히 반갑기도 합니다. 

 

책, “메르켈 총리의 놀라운 오디세이"는 이 혼돈스러운 시절을 견뎌가며 역임해온 그녀의 정치적 삶에 대한 기록입니다. 메르켈은 강한 어휘나 과한 정치적 쇼를 통해 상대편을 이겨먹는 식의 정치가 아니라 항상 충분한 양의 사실과 긴 설득으로 반대편의 목소리를 맞이했습니다. 그 중 한 예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위기를 막기 위한 그녀의 노력일 겁니다. 전 세계를 바쁜 스케줄에 맞춰 돌아다니며 모든 관계국 이해관계자들을 만나며,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지 않아도 지속할 수 있는 평화를 줄곧 설득해왔죠. 그 유명한 푸틴조차도 메르켈 앞에 서면 단순히 몇 번의 대화만으로도 당황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우리가 아는 휴전협정에 이른 것도 메르켈의 공이 매우 큽니다. 

 

그렇다고 해서 메르켈이 모든 정치적 결정을 내리는데 있어서 극단적으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띈 건 아닙니다. 그녀는 백만 명이 남는 중동계 난민을 받기로 결정하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결정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 퇴임 때까지 계속 독일 정치계에 가장 인기 높은 총리로 남게 됩니다. 그녀는 목사의 딸의 입장으로써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는, 분명한 도덕적 기준을 가지고, 다른 정치집단이 사람의 목숨을 가지고 정치적 게임을 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당신의 메르켈 이후의 독일, 그리고 서방세계의 민주체계가 걱정된다면, 메르켈 자신도 매우 그럴 겁니다. 그녀는 퇴임식 마지막 연설에서, 민주주의가 얼마나 연약한 체계인지, 그리고 짧은 기억을 가진 사람들로 인해 이 체계가 얼마나 쉽게 부서질 수 있는지 다시금 기억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우린 진정 이 민주주의 체계가 역사의 잔해로 망해가는 걸 막을 수 있을까요? 메르켈은 재임기간 동안 정치집단이 이 걱정스러운 사건들을 어떻게 해쳐나갈 수 있는지, 그녀 자신의 정치적 인내력과 회복력으로 이미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메르켈의 16년 동안의 역사에서 이것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