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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

날개 위의 세상 <A World on The Wing>

 

새들은 자유롭게 날 수 있단 점에 이미 특별하지만, 철새는 특히 평균적으로 지구 반 바퀴 이상을 날 수 있을 정도로, 상상할 수도 없을 만한 거리를 난다는 점에서 이미 더욱더 특별한 대상입니다. 하지만 인류는 이런 철새들이 어떻게 행동하며 생존해 왔는지 이제까지 거의 몰랐죠. 

 

조류학자 Scoot Weidensaul은 그의 최근 저서 "날개 위의 세상(A World On The Wing)"에서 입이 떡 벌어질 만한 이 철새들의 놀라운 특징을 알려줌과 동시에, 인류가 이 철새들의 멋진 사실들에 대해 채 파악도 하기 전 의도치 않게 이들의 생존을 벼량 끝까지 몰고 간 것에 대해 얘기하고 있습니다. 

 

저로썬 철새의 가장 멋진 점이 너무도 많아 그중에서 소개할 것을 꼽기가 상당히 어렵습니다. 그래도 몇 가지 꼽아보자면, 생에 대부분을 바다에 머무는 슴새(shearwater)는 무려 1년 동안 74000km 을 비행하고 이것은 지구를 10바퀴 돈 것과도 같습니다.  비슷한 다른 철새들도 이런 비행을 하는데, 중간 기착은 고작 한번 내지 두 번뿐입니다. 

 

철새들이 나는 동안 잠을 자기 위해 오직 뇌 반구만 잠들고 다른 한쪽 반구는 계속 깨어 있다는 걸 아시나요? 또한 저에게 가장 경이로운 특징 하나는 철새가 긴 여행을 떠나기 전 몸에 지방을 쌓아 자기 몸무게의 몇 배로 불려놓는데, 이렇게 과도 비만인 상황에서도 어떤 심장마비나 당뇨의 위험이 없다고 합니다. 이 마법 같은 능력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요? :)

 

하지만 다들 예상하다시피, 최근 철새에 관한 뉴스는 좋을게 없습니다. 우리 인간은 의도적이지 않게 철새들의 서식지와 월동지를 가리지 않게 파괴했고 그것도 모자라다고 생각했는지 많은 수의 야생 조류를 불법 노획하여 잡아먹고 있습니다. 한국은 여기에 더해 매해 몇 백만 마리의 철새가 머물다 가는 아주 중요한 기착지점인 서해 바다의 큰 갯벌을 메워 놓기도 했습니다. 철새에 대한 통계가 아주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1980년대와 비교해 철새의 규모가 80퍼센트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철새가 과연 구원받을 수 있을까요? 기후 위기와 판데믹에 인간의 존재까지 위협받는 시점에서, 철새들의 생존을 논하는 것은 사치라고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누구도 혼자 살 수 없으며, 심지어 생존할 수 도 없습니다. 이 것은 종의 관점에서 봤을 때도 사실입니다. 오직 인간만이 생존하는 지구는 지속 가능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그 가치조차 없을을 상기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