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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

여성혐오로 가득찬 의학계의 변천사, <Unwell women>

어느날 당신이 심한 통증 때문에 의사에게 갔다고 상상해 봅시다. 당신이 뭐라고 하던 의사는 듣는둥 마는둥 할겁니다. 만약 이런 일이 있다면 당신은 참 운 없는 날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여성에게는 그저 수천년 동안 이어온 의학계의 흔한 반응일 뿐입니다.

 

수세기동안 의사들은 여성들이 호소하는 고통이 왜 발생하는지 전혀 알지 못한채였고, 이로 인해 여성들은 적절한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게다가 많은 남성 의사들은 여성에게서 어떠한 문제를 찾을 수 없단 걸 근거로 여성들이 증상을 지어냈다고 믿기까지 했죠.

 

Elinor Cleghorn의 신간 "건강하지 못한 여자들"은 이런 끔찍한 차별이 어떻게 의료계 문화에 고스란히 남아있으며, 여성들이 여성혐오적이고 업악적인 의료계에 어떤 식으로 반발해 왔는지, 그리고 의료계와 사회, 여성들 자신의 모습이 변화하는 과정을 다룬 책입니다.

 

가부장적 사회가 여성의 출산, 낙태같은 재생산에 대한 권리 통제에 매우 적극적인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지 몰라도, 그런 여성 개개인의 건강 자체에는 굉장히 관심이 적은 것은 매우 유감스런 일입니다. 남성 의사들이 여성 환자들이 말하는 고통을 귀 기굴여 듣고 이것을 옳은 의료적 자료로 쓸 수 있었지만, 그들은 이런 모든 증상을 한대 묶어 악명 높은 "히스테리아"라고 명명하였습니다. 히스테리아는 마음속에만 존재하는 고통이란 뜻입니다.

 

기존 의료계에서 오는 여성에 대한 구원은 없었습니다. 오직 많은 여성들이 스스로 의료계, 기자, 활동가가 된 후 의미있는 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싸운 후에야 마침내 여성을 위한 의료진단에 많은 진전이 이루어 집니다; 지금 우리는 루프스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나타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고 있죠. 또한 자궁 내막증은 결코 "상상에서 비롯된 통증"이 아니며 여성의 이르고 반복되는 임신정도로 막을 수 있는 질병이 아니란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이 이야기는 역사는 어두운 시대를 지날지 몰라도 사회는 어느정도 진보할 수 있단 증거같습니다. 확실히 하자면 의료계의 변화를 위한 여성주의 운동이 항상 정직하고 깨끗했던 것 만은 아닙니다. 어떤 활동은 우생학에 깊게 연결되기도 했고, 많은 부작용이 있을지 모를 피임약에 대한 임상실험은 흑인, 라틴계 여성들에게 집중적으로 이뤄진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마틴 루터 킹의 말을 빌리자면, "도덕적 세계를 가르키는 곡선은 너무나 길지만, 그 향하는 곳은 정의를 향해서 가고 있다"라고 했죠. 저는 이 정의가 "건강치 못한 여성들"을 위해 싸운 모든 이들에게 바쳐진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