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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

컨테이너화가 바꾼 글로벌 경제, <더 박스>

 

(영어로 작성했던 리뷰를 다시 번역한 것입니다, https://www.goodreads.com/review/show/4008277839 )

 

2021년 3월, "에버 기븐"호가 수에즈 운하 중간을 가로막아 섰을 때, 이집트 정부는 운하를 다시 재개하기 위해 온 노력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배는 벌써 2만 개에 달하는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중이었고, 이렇게 무거운 배를 움직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보였습니다. 이것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수에즈 운하가 가로막힌 당시, 양쪽에서 지나갈 수 있길 기다린 배는 총 300여 척이 었는데 그중에 컨테이너 선박은 41척이었고 대부분이 "에버 기븐"호와 같은 수의 컨테이너를 수용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그 규모에 감히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60년 전엔 컨테이너 선박 하나 존재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어떻게 이렇게나 당연한 것이 될 수 있었을까요? 마크 레비슨의 "더 박스"는 최근 몇십 년간 이루어진 컨테이너화가 어떻게 선박 업계를 뒤흔들었고 그 영향으로 달라진 세계 경제의 모습을 다룬 책입니다. 

 

1950년 전 만해도, 해상 운송은 벌크선박을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이 벌크 선박을 이용하는 아주 노동집약적인 것으로 악명이 자자했습니다. 배송하는 제품을 부두에서 포장하고, 배 갑판으로 올리는 것, 그리고 각각의 제품을 배 안에서 다시 배치한 후 움직이지 않도록 묶는 이 모든 과정은 시간도 많이 소요된 것은 물론이고,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비용이기도 했습니다. 도착 항구에서 이 모든 걸 다시 되풀이해야 하는 것은 덤이었죠.

 

컨테이너화는 의도적이지 않게 항구의 이 모든 업무 풍경을 바꿔놓았습니다. 예전엔 물건을 내리고 싣는데 40명 이상의 노동자가 필요했다면 이젠 10명도 필요하지 않았고, 컨테이너에 모든 제품이 미리 실려있다보니 부두 노동자들에게 일일이 배송품 포장을 맡길 필요도 없었습니다. 이것은 선박을 이용한 배송 가격의 큰 하락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슬프게도 많은 부두 노동자들이 더 이상 필요 없어졌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컨테이너 배송은 또한 전세계 회사의 자제 공급망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제부턴 회사들은 어떤 부품이 필요하면 최저가로 구매를 하면 될 뿐, 그게 어디서 오는지는 따질 필요가 없었습니다. 컨테이너화가 되면서, 꽤 규모 있는 주문을 하는 회사에게는 최소한의 운송 가격을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최종 소비재를 만들어서 시장에 내놓는 운송비용도 똑같이 최소한의 비용만 들었죠. 이런 의미에서 보자면 세계화의 장본인은 그 어떤 조약도 아닌 컨테이너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말들이 너무나 달콤하게만 들립니다. 소비자가 최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사회가 쫒아야 할 목표인가요? 마이클 샌들이 다른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 모두는 한 면에서 소비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론 "생산자"이기도 합니다. 컨테이너화가 회사들로 하여금 최소한의 가격을 지구 어디서엔가 뽑아내 덕을 봤다면, 어쩌면 그건 그냥 누군가의 손실일지도 모릅니다. 어찌되었든 컨테이너 배송은 지금도 한계를 모르고 성장 중이고 저로선 앞으로 몇십 년간 이로 인해 변화할 세상에 대해 상상밖에 해볼 수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