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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

<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센델

5년 전 유럽으로 건너오며 여기서 오래 살기로 마음먹은 그즈음, 갑자기 극우 인기주의 정당이 정치 수면으로 급부상하는 것을 보며 무척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중 답을 찾기 힘들었던 질문 중 하나는 왜 인제야, 왜 이 유럽 제1국가 사이에서 저런 정당이 목소릴 얻냔 겁니다.

 

마이클 샌델의 책 "공정하다는 착각"은 그 질문의 일부 해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세계화가 쓰나미처럼 세계를 휩쓰는 동안, 현재의 정치 체제는 이걸 견뎌야 하는 어떠한 합리적 설명을 건네지 못했고 오히려 이걸 세계화의 여파를 준비되지 못한 개개인의 책임에 대한 처벌처럼 투영하죠. 이런 잔인한 판단은 현재 정치 체제가 깊이 믿고 있는 능력주의에 근본이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능력주의는 "열심히 일하고 규칙에 따르면 재능에 따라 상승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렇게 미래의 이상향이라고 믿었던 능력주의는 오히려 자신들의 사회적 위치에 대한 변명거리로 전락했습니다. 엘리트들은 자신의 부가 자신의 재능으로 얻은 정당한 것으로 해석했고, 나머지 사람들은 자신의 상대적 불행을 자신의 탓으로 돌려야 했죠.

 

이런 사회가 쉽게 분열할 것이란 것은 쉽게 예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 사회를 복구해야 하는 걸까요? 저자의 제안 중 일의 존엄성을 단순히 칭찬이 아니라 적절한 임금 수준으로 높여 "정상화" 하자는 제안이 마음에 듭니다. 다소 황당한 제안이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이미 뉴질랜드 행정부는 다년간의 사회적 토의를 통해 대부분 여성이 차지하고 있던 저임금 일자리-돌봄 노동, 청소-에 대해 임금 인상을 이룬 결과도 있습니다.

 

이런 제안들이 능력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도입하기엔 너무 급진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일상이 지금의 불평등을 견디기엔 한계에 온 것 또한 사실이죠. 코로나 19가 사회의 모든 구성을 쓰러뜨리고 있는 와중에, 세계의 정상들은 "이 위기는 우리가 모두 함께합니다"라고 설파하죠. 하지만 능력주의에 따라 매겨진 계급을 면면히 보면, 전혀 사실 같아 보이지 않습니다. 어쩌면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때입니다. "우리가 이 위기에 정말 함께하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