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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 1883년>, 사이먼 윈체스터

저는 항상 역사에서 한 곳에서 발생했던 사건이 나중에 전 세계로 뻗어 나가는 식의 사건 이야기에 매료되는데요, 그 한 가지가 유럽의 근현대사를 뒤흔든 프랑스 혁명입니다.만약 인간의 영향이 아닌, 좀 더 전 지구적인 충격을 준 사건을 찾는다면, 우리는 1883년의 인도네시아, 크라카토아 화산이 폭발했던 때로 돌아가야 할 겁니다.

 

▲ 그림으로 남겨진 1883년 크라카타우 산의 분화(1888년 제작) /위키피디아 

 

크라카토아 화산 폭발은 인류 역사상 기록된 가장 큰 규모였습니다. 폭발에 결과 생긴 41m 높이의 쓰나미가 주변 해협을 덮쳤고 36,000명에 달하는 사람이 사망했습니다. 폭발음으로 생긴 충격파는 지구를 7바퀴 돌고서야 사라졌고, 대기권에 뿜어진 화산재는 몇 년씩 머물며 태양 빛을 막아 무려 전 지구의 평균 온도를 내리기도 했죠. 가장 놀라운 것은, 폭발로 거대했던 화산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렸다는 겁니다. 폭발이 끝나고 난 화산의 자리엔 아무것도 없이 그냥 대해만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해저에서의 몇 번의 분출 과정을 통해 결국 새로운 섬이 탄생했고 이 섬의 이름은 "아낙 크라카토아", 인도네시아 말로 크라카토아의 아들이란 이름이 붙습니다. 이 새로운 섬의 생성 과정에서 생물학자들이 무척 들뜨게 되는데, 왜냐면 지구상 어디에서도 생명체가 아예 존재치 않았던 곳에서 처음 옮겨오는 과정을 볼 수 있는 곳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베르너의 판 구조 이론과 몇 번의 걸친 검증 과정으로 이제 우리는 화산이 생기는 과정, 그리고 왜 인도네시아와 같은 곳에 몰려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없습니다. 다만 화산 폭발의 원인가 영향을 많이 안다고 해도 1883년과 같은 거대한 화산 폭발 아래에서 우리가 얼마나 힘없을 뿐인지 그 자연의 위력 앞에 겸손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인류는 이 상대적인 평화로운 시간 아래 어떤 지질학적 동의도 없는 가운데 살고 있음을 스스로 상기해야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