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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걱정/정치

4월 20일자 PD수첩을 보고


내가 좋아하는 말 중에 '부끄러움이 없음을 부끄러워하라'라는 말이 있다. 맹자가 한 말인데, 항상 부끄러움을 생각한다면 절대 부끄러울 일이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당연히 이런 좋은 말씀을 귀담아야 할 사람은 검찰이나 판사 같은 고위직 공무원들이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모르면서 남의 부끄러움을 애써 꼬집을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4월 20일자 PD수첩은 그 자체가 충격이었다. 예전 삼성 특검으로 드러난 검사들의 모습이 대기업과의 유착관계였던 반면에, 이번 사건은 부산 건설업자(방송에선 홍 사장이란 가명으로 등장), 즉 토착세력에게 유착되어 있는 검사들 모습을 보여주었다. 향응 접대 받은 내역은 좀 더 자극적으로 변해서 성접대 등 어감상으로 상당히 퇴폐한 거래가 오갔음을 증명하는 내용이 방송에 나왔다.
방송의 하이라이트는 부산 지검장으로 있는 검사와 PD가 전화 인터뷰를 하는 내용이었는데, PD가 홍 사장과의 관계를 묻자 검사가 단단히 화가난듯 정신이상자의 증언을 그대로 믿는 것에 대해 형사, 민사 소송을 하겠다고 으름장을 내놓고, 나중에는 '너가 뭔데 이런 것을 묻냐'며 질문 자체의 의도를 의심하는 듯한 태도를 취한 것이었다. 그 다음 장면에서 바로 부산지검장이 관계를 부인했던 홍 사장과의 녹취록이 흘러나왔다. 한마디로 정말 정밀하게 조작된 증거를 내놓는 정신이상자의 계략, 아니면 검사가 거짓말을 하는 셈이다. 의식있는 사람이라면 어떤게 명백한 답인지 알 것이다.
이야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감찰 간부조차 비리에 젖을 만큼 뼈속 깊이 부패되어 있는 이 집단을 어떻게 '수술'할 지 의문을 제기한다. 의사가 자기 자신을 수술할 수 있을까? 일반 회사조차도 내부 부폐 조짐이 드러나면 외부에서 '워크 아웃'을 도입한다. 자기 자신을 개혁하도록 내버려 두는건 교과서에 나올 훈육 그 이상도 아란 이야기다. 검찰을 바꾸는데 공신력이 있으면서 강제력이 있는 집단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비리와 연관된 검사들이 드러난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분노보다 절망이 나온다. PD수첩에 드러난 것 만큼의 비리가 세상에 알려져도 쉬쉬하며 끝났다는 말이다. 갑자기 '부끄러움'을 깨달으며 받았던 돈과 향응 제공을 토해놓을 검사가 없다는 게 사실인 것이다. 누군가 검사들에게 확실한 '부끄러움'을 가르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