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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여행

폴란드 크라코프를 여행하고 나서..

몇 주 전 크라코프를 여행할 때 카지미에르(kazimierz) 라는 곳을 들려습니다.
세계대전이 나기 전부터 유대인들이 많이 살던 곳이기 때문에 유대교 사원인 시나고게가 있으며, 또 전후에는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기 위해 세워진 위령비가 많이 들어선 곳입니다.

카지미에르에 가면 익숙한 유대인 문양 표시의 거리




 카지미에르 구역에서도 예전 유대인들의 역사에 대해 사진과 문서로 잘 전시해 놓은 곳이 갈리시아 박물관(http://www.galiciajewishmuseum.org/)인데요, 특히 이 안에 전시되어있는 "유대인을 구한 폴란드인"이라는 주제로 현재 그들의 모습을 찍은 사진과 그들이 겪었던 일들을 증언한 것을 실어놓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의인이 되었던 사람들 사진 옆으로 저의 부족한 영어로도 충분히 가치를 느낄만한 문구를 보았습니다.

한 사람을 죽인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그의 아들, 그리고 손자를 죽인 것과 같다. 따라서 그 행동은 세상의 일부분을 죽인것이다. 반대로 말해서, 한 사람을 구한 자는 세상의 일부분을 구원한 것이다. 바로 이것이 우리가 이들을 - 유대인을 구한 폴란드인을- 위해 전시를 하는 이유다.
 
유대인에게 도움을 주는 자는? 재판없는 즉결처형이 내려집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일부 유대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고향을 떠나서 온 자기 가족이라고 속이기도 하고, 잘 알려진 '안네의 일기' 처럼 은신처를 하나 마련해 몇년이고 은닉해 준 경우도 있습니다. 어떤 보답도 없이 말이지요
지금은 크라코프에 유대인들이 거의 살지 않는데 그 이유는 대부분이 이스라엘 건국 이후 이민을 갔기 때문입니다. 폴란드 사람들의 보호를 받았던 유대인들 조차 대부분 이스라엘로 이민 갔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폴란드 땅을 떠날까요?
그 이유는 뜻밖에도 아직까지 남아있는 반유대주의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세계대전 중에 유대인을 보호해준 외국인들에게 이스라엘이 수여하는 '의인상'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답니다.
"더러운 유대인들을 숨기다니.."
'너 때문에 그때 죽을 뻔했지 않냐',
의인들이 정의롭게 행동을 한다고 해도 그 수혜자가 유대인일 경우에는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거죠.

 그 이후, 이스라엘 뉴스를 볼때마다, 가끔 저 카즈미에르에서 봤던 그 문구가 오버랩됩니다.

"한 사람을 죽인 자는 세상의 일부를 죽인 것이다"

 두달 전 가자지구 봉쇄 및 공습 때 죽었던 민간인이 1000여 명이 넘어 그 희생자 명단까지 공개되자 이스라엘이 낸 성명서가 다음과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스라엘 반테러기구는 목요일날 낸 성명에서 팔레스타인 지역의 주민과 이름을 대조한 결과 몇 사람은 하마스 관련 사이트에서 전투원으로 기록되어있음을 밝혔다. 희생자 중 어린이로 기재된 것은 총으로 무장한 17세 소년이었으며, 다른 민간인 중 500명 이상도 대부분 전투를 할수 있는 나이에 쉽게 그 활동내역을 쉽게 추적할수 없는 주민들이었다고 더했다.  [출저- Israel army to investigate Gaza shooting Nytimes]

 생명이 귀함을 알고 의행을 했던 '유대인 영웅'을 기억한다면 이런 변명을 할수 있을까요
크라코프 시나고게의 모습이 몇년후에 총탄 자국으로 범벅된 예루살렘 방벽과 똑같이 기억되야 하는 것인지...
최근에는 이스라엘이 국제적인 비난을 뒤집어쓴 것을 만회하고자 대대적인 문화수출 계획을 세우고 있답니다. 하지만 그들이 비난을 맞딱드렸을 때 해야되는 것은 문화수출이 아니라 유대인 학살이 무자비하게 행해졌던 때, 유대인들을 구했던 의인들의 자세를 배우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