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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

조각난 생태계는 어떻게 끝이 날까, <도도새의 노래>

요즈음 뉴스에서 어떤 종이 완전히 멸종되었단 뉴스가 더 자주 나오기 시작하는데 그 빈도가 점점 잦아지는 느낌이다. 온전히 인간때문에 절멸한 한 종류 새가 떠올랐고, 도도새에 대한 책을 찾다가 "인수공통감염의 비밀(Spillover)"을 쓴 저자의 96년작 "도도새의 노래"를 읽게 되었다. 

책은 알프레드 월리스라는 생물 채집학자가 말레이시아 군도를 돌아다니며 채집 및 관찰기록을 하다가 문뜻 어떤 보이지 않는 지도 경계선을 사이로 종의 구성이 매우 달라지는 것을 느끼는 것으로 시작한다. 진화는 관찰에서 얻어낸 추론이지만 생물적 다양성은 예전부터 당연하게 여겨져온 사실이었고, 서양에선 자꾸만 확장하는 영토, 특히 섬 제도에서 보고되는 생물종이 늘어나면서, 노아의 방주가 이 모든 종을 가둘수 있다는 것에서 많은 학자들이 회의적이었는데, 알프레드 월리스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떠한 계기로 섬에 가두어진 종은 기존의 종과 경계를 맺는 특징을 가진 새로운 종으로 거듭나는데 이게 꼭 좋아지는 방향은 아니다. 도도새는 심지어 날아서 모리셔스에 정착한 비둘기과의 자손이라고 한다. 멀리 날아서 온 새가 정작 날지 못하는 방향으로 진화한게 도도새인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섬에 갖힌 종들은 대륙에 있던 과거의 종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갖추게 되고 포식자에 대비해서 가져야 할 방어적 기제나 급변하는 환경에 대처할 자세란게 남아있지 않게 된다. 

섬의 생물적 다양성은 자연히 종들 생존의 취약성을 동반하고 섬이 대륙에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얼마나 큰지에 따라서 멸종/새로운 종의 수가 결국 평행선을 긋게 되는데, 이 이론은 사회생물학으로 유명한 에드워드 윌슨이 진행한 플로리다 맹그로브 숲 실험으로 입증된다.
주로 섬에 국한 되었을 것이란 이런 종의 평형상태는 계속해서 새로운 종이 유입되는 가정하에 가능한 시나리온데, 유입이 없다면? 평행 상태를 이루던 종의 수는 어느 순간 감소하기 시작한다. 주로 새로운 종 유입이 어려울 것 같은 극한지역에서 나타나던 이 현상들이, 갑자기 -인류의 화석연료 사용을 시작으로- 대륙으로도 급속히 번지기 시작한다. 

아마존 대서양 숲에 사는 원숭이, 모리셔스 황조롱이, 마다가스카르의 인드리, 황금털 여우원숭이, 옐로스톤 지역의 회색 늑대.. 저자가 취재한 여러 자연보호구역 종들은 비록 종 자체는 다르지만 겪고 있는 문제는 모두 비슷하다. 자연보호구역이 설정되어도 양 옆으론 도로가 끼고 지나가고 벌목이 진행되며, 가축을 위한 초원을 만들면 육지는 자연히 잘게 여러개 섬으로 쪼개진 군도가 되고 설사 군집으로 생존할 만한 개체수가 있다고 한들 다양성을 연결할 수 없는 각각의 섬에 갖힌 종들은 앞에서 말한 취약성이 뒤따른다. 

인간의 확장이 다른 생물종을 말라죽이는 것이다. 잘게 쪼게진 자연에서 어쩌면 운좋게 살아남는 종들도 있겠지만 그 위에서 애처롭게 홀로 쌓아올릴 문명이란게 가치가 있는지 저자는 묻는다.

 

알프레드 월리스는 아루라는 인도네시아 섬에서 새로썬 가장 아름답다는 극락조를 발견하고 이루어 말할수 없다는 찬사를 남기지만, 다른 학자들은 이런 자연적 아름다움을 오히려 신이 존재하지 않고서는 굳이 만들지 않을 아름다움이라고 공격한다. 월리스는 오히려 극락조를 "멀리온 인간으로부터 닿아 영원히 망가질지도 모르는 존재"라며 언급하며 앞선 전지적 시점을 공유하기보단, 오히려 화석연료로 지탱하는 경제의 끝 100년 앞을 내다본 것이다. 책이 집필된 지 10년이 지난 지금도 계속 산림 파편화가 계속 되고 있고, 저자가 보고했던 대형 척추동물 사이에서나 있던 종의 급감/멸종은 심지어 곤충에서도 보고되고 있다. "도도새의 노래"는 아무도 기록하지 못하고 잊혀진 300년전이지만 지금 무수히 눈앞에서 사라진 종들에 대한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