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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여행

간사이 여행

주말동안 계속 있었던 교육을 대신해 받은 6일 휴가에 잠깐 오사카 여행을 하고 왔다. 도착해서 돌아보니 의외로 오사카 자체는 볼 거리가 많지 않았다. 서울처럼 우거진 상가 건물 사이로 술집과 음식점들이 벌떼같이 모여있는 곳이 대부분이라 인공적인 멋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그닥 큰 인상을 주지 못할 듯 하다.

오직 일본 음식에만 초점을 맞추고 여행을 온거라면 오사카 난바역 근처의 도톤보리, 또는 저렴한 신세이카 지역 정도만 보는게 적당할 듯 하다. 하지만 일본 문화재까지 폭넓게 보고 싶다면 오사카 근처의 교토와 고베로 가는 일정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교토는 옛 고도에 축성된 절 및 성곽들이 대부분 유네스코에 등록되어 있을만큼 문화재가 많은 도시다. 교토를 여행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한번씩 들린다는 기요미즈데라(청수사)는 마치 절벽위에 붕 떠있는 모양새를 하고 있어 탄성을 자아낸다. 그 앞 가까운 기온 지역은 게이샤들이 자주 드나드는 지역. 선술집과 음식점이 이곳에 많이 들어서있어 이 곳에서 교토 전통 음식인 오반자이를 전통주와 먹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다. 

교토 중심에서 좀 멀리 위치한 킨가쿠지(금각사)는 30분 정도나 버스를 타고 나갔는데도 의외로 특별한 게  없다는 느낌이 강하다. 3층 석탑에 금을 잔뜩 칠해놓은 모습은 한국 교회가 하늘을 찌르듯이 첨탑을 쌓고는 그 아래 십자가 하나 설치한 것과 흡사 비슷한 느낌이 들어 씁슬했다. 중요한 건 성인이 넘긴 이데올로기의 계승이자 실천일텐데, 엉뚱한 건축물로 대신하며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는 용도로 쓰이는게 적절한건지, 저 화려한 건축물서 느껴여 하는건 그런 반성이 아닌지 좀 의문이었다.
킨가쿠지 바로 앞에서 버스타고 5분만 가면 나오는 료안지(용안사), 교토에서 가장 흥미로운 곳으로 꽃이나 나무를 심지 않고 오직 돌로만 정원을 꾸민 유명한 곳이다. 마치 한지의 여백처럼 처음엔 공허하다가도 보는 이의 상상에 맞게 그 공터를 매우는데 보는 이에 따라 그곳이 하늘 위의 구름이기도 하고 연못 위의 연꽃이 되기도 한다. 비오는 날 이 곳을 찾게 되었을 때, 고작 글로는 초라해 보이는 이 생각이 정원을 바라보는 내내 떠나질 않았다. 의외로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관광객도 많지만 여백의 미를 느낄줄 아는 분이라면 분명 만족하리라.

셋째날 찾은 고베는 교토와는 다르게 신식도시의 모습을 많이 갖추었다. 지진이 자주 일어나서 그런건지, 아니면 항구도시답게 새로운 면모를 갖추는 노력을 끊이지 않는건지 모르겠지만 오사카가 별로 였던 나는 여기서도 그렇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도시적 색채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지하철 고베선을 타고 북쪽으로 향하면 나오는 아리마 온센이 괜찮다. 이 곳 온천은 작은 곳은 520엔, 좀 큰 곳은 2000엔인데 작은 곳만 들려도 그 온천물이 그대로 나오기 때문에 온천욕만 즐긴다면 상관없다. 킨노유(金の湯)에 들려 시원하게 온천욕하고 나와 온천수로 만든 사이다(250엔) 마시고 고베로 돌아가 간단히 야경구경하면 간사이에 주요볼거리는 이제 다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가을이라 그런지 낙엽은 이제 막 지기 시작하고 경기가 안 좋아 엔환율이 미친듯 뛰어오른 이때에 떠난 것 치곤 꽤 재미있게, 이곳 저곳 많이 돌아다닌 것같다. 꽃 피는 봄날에 교토로 일주일 떠나는 여행이 다음 목표가 될만큼, 이젠 일본이란 나라가 꽤 친숙하게 다가온다. 춥지 않은 어느 날 다시 교토에 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닌나지(인화사)의 정원 앞에서, 사진 찍은 이후부터 계속해서 비가 내렸다

기요미즈데라(청수사)의 모습. 건물에 비해 기둥이 아슬아슬해 보인다

'백만불짜리'라길레 끝까지 기다렸다가 본 고베 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