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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

멀지않았던 과거에 미국은 피부색이 백인이 아닌 다른 여타 인종들에게 무척이나 잔인한 나라였다. 그건 불과 한세대 이전도 안되는 시절 대중에 자연스러웠던 야만적 문화였고, 지금에서 전 인류가 다시는 반복하지 않으리라 믿는 일종의 중세와 같은 시절로 기억된다. 감히 그런 숨막히는 사회적 압박속에서도 그 시절상을 담담히 기록하는 문학 또한 존재하기 마련이다. 제임스 윌든 존슨의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은 남부 백인 아버지와 흑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기구한 운명의 한 남자의 인생의 고백과도 같은 책이다. 그의 피부색의 어중간함은 스스로도 분명하게 의식치 못 할 정도로 백인과 흑인 경계선 사이에 있기때문에, 그의 인생 내내 자신이 어떤 인종인지에 대한 판단을 강요당하게 된다. 백인들의 사교 파티에 나가며 자신이 백인임을 암묵적으로 인정하던가 하던때도 있었다. 반면 백인 거부와 호화로운 여행을 하다가 어느날 자신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고자 스스로 미국 남부로 돌아가, 흑인문화 특유의 음악성을 되살리고자 하는 노력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유색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고자 했던 그의 모습은, 남부에서 백인들이 흑인을 린치하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목격한 후로 영영 감추고 만다. 그는 인간이 할수 없는 짓이라 여겼던 그 짓이 벌어지는 현장을 목격하며 분노를 느끼기보다는, 자신이 그처럼 다뤄질수 있는 인종이라는 수치심을 느꼈다. 그후로부턴 감히 유색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묻지 않았다. 이처럼 정치 과잉된 세상은 억압받는 모두에 투사가 되라는, 지독히 교시적인 훈시를 주지만 실제 개개인의 삶에서 그것의 실천은 비합리적이다. 세상은 감히 영웅이 되보려는 한발짝 조차 용서치 않으며, 편견의 무게는 혁명의 충격을 몇번이고 견뎌낼만큼 견고하다. 세상이 변하는 힘은 강산이 변하는 흐름과도 같아, 단숨이라기 보다 영원과도 같이 지속될 힘을 업고 나아가며, 이것은 물론 용기있는 자들의 발걸음에서 많은 동력을 얻음은 물론이지만 그것은 규율도 아니며 하물며 강제도 아니다. 보통의 흑인이었던 그는 그의 피부의 경계선만큼 유색인으로서의 갈등은 항상 저만치 물러서서 바라보는 모호한 인생을 살아왔고, 때가 한참 지난 다음 그의 기억속에 자신에 대한 침묵을 지켰던 기억들을 담담한 죄의식 서린 고백에 담아 전하는 것이다.


남자의 출중한 피아노 실력, 그리고 어렵지 않게 사회에 인정받는 행운을 누린 그는 마치 죄상을 읊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책을 지었다. 훌륭한 업적에 대한 회상을 적은 피상적인 인생의 회상도 아니고, 뼛속깊이 서린 증오도 아닌 것이다. 그는 사회 속에서 자신을 백인으로 거짓되어 자신의 정체를 "말하지 않았던" 것을 고해성사한다. 훌륭한 흑인으로서 평등에 기여한 무수한 사람들 앞에서 그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지 않음으로 충분히 세상과 갈등하지 않았다는 것에대해 다른 흑인과 동질의 인생이 아니었음을 알고있었다. 그 결론으로 물질적인 약간의 성공으로조차 보상받지 못하는 그런 정신적 갈등에 휩싸이는 것이다. 자신의 본연의 모습이라는 것들, 우리가 외형적으로 바꾸고 속일수는 있어도 자신조차는 속이지 못하는 그런 류의 괴로움, 그것은 비단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만의 영혼속에만 있지는 않을 것 이다.


- 네이버 책에서 이 책을 알게 된 것인데, 정작 해당 기사 글은 찾을 수가 없네요, 혹시 아시는 분은 링크 좀 주시면.. ^^;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

저자
제임스 웰든 존슨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3-1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백인의 얼굴을 가진 한 무명의 유색인이 그리는 '검은 미국'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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