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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걱정/경제

"인간적인" 주식은 불가능한가?

요즈음 가장 자본친화적인 공권력으로 노동자들을 몰아붙이는 세상에, 더 기막힌 일들을 보니 그 관련 기사가 다음과 같다

어느 증권사가 “상대적으로 도크 사정이 여유로운 한진중공업의 영업 마진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며 조선업종 최선호주(톱픽)로 꼽고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는 내용이다.
“수주를 쉰 한진중공업이 수주를 재개한 지금은 그야말로 판매자 시장(Seller’s Market)”이어서 “더 높은 마진의 물량으로 2012~2013년의 도크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는 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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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한국사회] 땀에 젖은 지폐 넣지 마세요 / 진중권

회사가 어렵다고 노동자를 자르는 것과 동시에 주가가 오른다?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 이런 기사를 내놓는 신문이나 시장주의자들은 시장에 대해 거의 무한대의 믿음을 가지면서 이런 "저평가" 항목을 찾아 헤매는, 스스로 역설적인 상황에 놓인다. 아무튼 진중권의 말은 사실이다. 그리고 경영자들이 얼마전 경영성과로 보너스까지 받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 개개인의 탓이라고 할 순 없다.

그럼 경영의 잘못은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당연히 경영을 잘못한 임원이 그 책임을 져야하고, 책임을 엉뚱한 곳으로 전가하지 않도록 법적으로 제재해야 한다. (물론 한국에선 이런 정의가 잘 실현되지 않는다. 공정사회의 한 단면이 이렇다)
그렇다면 주식시장에서는 어떻게 규제해야 하나, 부당하게 해고를 일삼는 회사에 대한 주식매매를 금지시켜야 하나? 물론 그럴수 없다.  도덕적인 책임을 주식시장까지 가져가서 따지는 국가는 이제까지는 없다. 그럼 주식을 사고파는 개개인의 양심에 맡기도록 해야하나

문제는 자본주의 생태에 있다. 임금을 받는 노동자들을 고정비용으로 두고서는 주가를 올릴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어떻게든 지출을 줄여서 미래의 현금흐름을 늘려놔야 주가도 오르고 경영성과가 좋아지는 모양세다. 이런 아랫돌을 빼어 윗돌괴는 형식은 어떻게든 무너지게 되어있다. 이런 문제는 시스템 전체의 붕괴신호이기 때문에 별 해결 방법이 없다. 또다시 다른 희생양인 아랫돌을 하나 설정하는 방법밖엔 없다.

주주들도 회사의 공동체중 하나이지만 그 회사에서 일하는 임원, 노동자만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다고는 말 할순 없다. 시장은 그들에게 떳떳하게 살라고 말하기 보단, 어떻게든 이익을 늘려보라고 주문할 개연성이 더 크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주식시장의 부정적 흐름을 깨고, 선순환 방식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방식을 따르는게 좋지않을까.
예를 들면 교도소 수감율로 교도소의 이익을 계산하던 방식을 폐지하고, 재범률을 낮추는 방식으로 교도소의 이익을 늘려주는 것이다. 이런 방법을 응용하여 한 회사의 투자자본 형식의 주식에서 벗어나, 소비자친화적인 함수와, 노동친화적 함수를 하나로 묶어 이익을 계산하는 주식을 형성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는 종전처럼 경영자가 이뤄놓은 이익을 계산하기 위해 몇년이고 걸릴수 있다는 것이다. 노동친화적인 것을 두고 주관적인 해석이 개입될 여지도 크다. 다시 말해서, 좀 더 인간적인 주식을 위해 필요한 것은 이 사회가 가진 인간성의 회복이다. 남의 행복추구권을 앗아가지 않는게 인권의 하나라면, 주식시장도 한 노동자이자 국민인 한 사람의 행복을 무참히 밟을수도 있는 주식의 "잔인함"을 깨닫고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노동자를 잘라 더 높은 이윤의 마진을 찾는 세상은, 언제고 그 마진 깊이만큼의 구렁텅이로 빠질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