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감상록/영화

자본주의 러브 스토리 (2009) / 마이클 무어 감독

팍스 로마나 시대와 팍스 아메리카 시대의 큰 차이점이라면?
생활이 좀 더 편리해졌을 뿐 전체적인 지배 방법은 비슷하다. 그 전 어떤 시대보다 산업이 융성했지만 로마는 노예계급으로 대표되는 그룹의 노동력을 착취했고, 현재의 미국은 이주노동자과 비정규직등 하위 노동계급을 착취한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콜로세움에서 펼쳐지던 잔혹한 게임은 현대에 와선 TV와 인터넷 등 여러가지 유흥을 제공하면서 계급의식을 희석시켰다. 또는 신분을 뛰어넘을 수 있을거라는 환상에 젖게해서 문제의식을 못하게 했다.
이렇게 여러가지 처방전이 동원되지만 결국 해결 불가능한 순간이 올땐?
'공포'를 이용한다. 영리하게 공포에 대한 인간의 본능을 이용하면 체제에 대한 반감을 기대감으로 바꿀수 있기 때문이다.

'자본주의: 러브스토리'의 배경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평등한 민주주의 체제가 도입된 미국이 예전 로마보다 선진화되었다 할 수 있겠지만, 경제면에서 불합리한 정도는 한층 더 고도화되어있는 것을 드러낸다.
'굴뚝없는 산업'인 금융의 예를 보면, 과연 위험성 높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따로 모아 채권을 만들어, 다른 은행에 팔아서 당장 현금을 볼 수 있는 기막힌 사업을 로마인들이 상상이나 했을까? 아니면 피고용자에 대한 보험을 들고, 보험 수취인이 회사가 되는 기막힌 사업방식은 어떨까?
이렇게 '자본주의(Capitalism)'라고 불리는 체제는 '자본'만이 우선시 되는 사업을 옹호하기에 파국을 멈출수 있는 순간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서브프라임을 빌린 사람들은 결국엔 주택을 압류당했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책임지는 비행기 기장은 월급이 너무 적어 부업까지 하는 지친 심신을 이끌며 비행하는 와중 실제 사고로 숨졌다.

이런 모든 문제의 답은 간단하게 '사회주의(Socialism)'로 요약 할 수 있다. 사유제산 체계를 박살내고 이윤추구를 죄악시 하는 '공산주의'가 아니라 공동체 중심으로 생각하며 움직이자고 제안하는 셈인데,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구소련권에 대한 공포감이 서려있는 미국은 이런 논의 자체가 힘들었다. 역시 '공포감'을 이용한 기득권 지키기에 다름 아니다. 하지만 공포를 심어놓는 세력의 논리적인 괴리는 이번 금융위기에서 나온는데, 정작 AIG, 뱅크 오브 아메리카 등 월스트리트 간판 기업들이 휘청거리자 구제 금융을 하자고 했던 것에 있다. '자본주의'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위기가 닥치가 '사회주의'로 전향한 셈인 것이다. 단지 누구를 위한 사회주의냐는 것이 달랐던 점이 문제였지만.
(Socialcapitalism 정도 되는걸까?)

모든 이윤추구와 사유재산이 나쁜 것은 아니다. 열심히 일하고 그것의 보상을 받는 체제는 분명히 그 가치가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자유시장과 같아야만 한다고 본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는 셈이다. 그리고 이런 한계를 극명하게 인식하고 있는 오바마와 같은 대통령이 있다는 점에서 나는 미국이 정말 부럽다.
미국의 어느 공장에서 월급조차 받지 못해 연좌농성하던 노동자들이 언론과 대통령으로부터 옹호받는 것을 봤을 땐 신기하기까지 했다. 과연 우리나라도 이처럼 노동자들이 정당한 권리를 인정받는 날이 올까? 사람을 돌아볼 줄 아는 '인간의 탈을 쓴 자본주의'가 나타나길 기대하는데, 감독이 말했듯 이건 우리 '1인 1표' 권리로 밖엔 찾을 방법이 없다. 여러분, 선거 꼭 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