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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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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어떻게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나 내가 처음으로 아파트에 입주한 때가 생각난다. 지금은 아담하다고 할 수준의 12층 아파트 2동짜리 였는데 엘레베이터를 탄 그 순간부터 이 곳은 뭔가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베란다 너머 보이는 넓은 전망, 좁은 공간을 최대한 펼쳐 놓은 듯한 평수, 그리고 각자의 방으로 분리된 공간. 현대를 사는 한국인에게 아파트라는 것은 이렇게 현대성과 편안함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런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외국(정확히는 서구)에 나가 자신이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얘기한다면 아마 굉장히 수상히 여길것이 분명하다. 서구에서 시도된 아파트 단지들은 지금은 대부분 범죄의 온상과도 같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영화 을 보면 이와 같은 이미지들이 잘 투영되어 나온다. 책을 지은 발레리 블레조는 이런 한국과 프랑스의 대조..
극장국가, 북한 북한의 "꽃파는 처녀, 피바다" 와 같은 대규모 연극공연, 대축전의 매스게임, 인민군의 무력행진 등이 "극장"안의 "공연"이 될때, 정작 관객은 누구인 것일까? 외세를 향한 메시지라기보다도, 참여하는 자 스스로가 관객이다. 그것은 김일성이란 권력자를 향한 몸짓이 아니라, 북한의 권력을 자신의 정신 세계로 인민들 스스로 구축하는 나름의 방법이다. 일제강점기에 살아보지도 않은 지금의 세대들을 끊임없이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과 깊은 공감대를 가지게 하고, 자신들의 뿌리에 대한 긍정적 감정은 곧 김일성-김정일 세습과정에 자연스런 역할을 한다. 부모의 후광을 업고 세상에 뜨는 정치인은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다. 극장국가란 것이 그것이다, 본래 경찰, 군대와 같은 폭력유지 수단의 점유가 국가라는 것이 막스베버의 이론..
일이란 무엇인가 / 알 지니 "일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일 중독'임을 자처하던 이책의 저자는 현대에 들어서 더 복잡해진 노동시장을 밑바탕으로, 일자리의 의미를 심도깊게 분석한다. 사람들 대부분이 흥미없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도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일하려는 그 밑바탕의 심리를 파헤치는 것이다. 요즘같이 제대로된 일자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 시점에,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 "일자리"의 의미는 사람의 숨쉬는 것과 같은 삶의 필수조건이란 생각이 든다. 일한다는 것은 1차적으로 금전적인 목적이 가장 크다. 그러나 보물을 찾으려 심해를 뒤지다 전혀 다른 뜻밖의 생물을 찾게 되듯, 일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인생의 여러 부분을 느끼고, 또 여러 인간 군상을 마주치게 된다. 그런 상호 작용은 일자리가 단순히 월급 나오는 곳이 아닌,..
기후변화 벼량끝의 인류, "긴 여름의 끝" 꽁꽁 얼어붙어 아무것도 살지 못할 것 같은 긴 겨울, 그 틈 사이로 존재한 여름 중 에서도, 유독 지금 이 시대인 "긴 여름" 간빙기는 1만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운좋은 시기를 타고난 인류는 수렵에서 농경으로, 다시 산업사회로 진화했다. 이제는 자신의 역량으로 자연의 위협에서 완전히 독립한 것 처럼 군림한다. 하지만 고작 프레온가스로 오존층이 뻥 뚫리더니 이젠 전지구적 기후변화까지 일으키며 자기가 이룬 문명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뭐가 문제일까? 은 이미 임계치를 넘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몰고올 인간문명의 변화를 예측하고, 거기에 대응할 방법을 모색하는 책이다. 유의할 점은 이 책이 다루는 대응방법이란게 현대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점이 아니란 것이다. 이것은 생존가능성에 대한 책이다. "긴 여..
솔제니친의 <수용소군도> 몇해전 솔제니친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었을때, 나는 두가지 사실을 알수있었다. 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다는 것, 그리고 노벨문학상을 받게된 그가 쓴 책인 가 소련 체제를 뒤흔들만큼 충격을 줬다는 사실을 말이다. 는 소련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했지만, 전혀 보도되지 않았던 소련내의 "불편한 진실"을 집중조명한다. 비밀경찰이 판치고 다니며 외국에 있는 사람조차 거리낌 없이 암살하던 냉전의 한복판에서 그가 이 책을 집필하는 장면을 생각해보라. 분명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할것이며, 죽을 각오로 쓰지않았다면 이 기록이 나오지 못했으리라.. 어떤 면에서 수용소군도는 기록도, 사건도 아니며 그저 역사가 되어버렸다. 단순하게 사건으로 잡기에는 수용소를 향하던 사람들은 너무나 많았고 일정한 사건을 두고 폭발한것이..
현생인류 탄생의 시작, <크로마뇽> 요번에 읽은 은 인간이 역사로 기술해놓지 못한, 몇만년전 태생인류 시절을 재구성하는 이야기다. 고고학에서 꽤 유명한 이 책의 저자는 현재까지 밝혀진 현생인류 진화의 증거들을 따라,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화의 한 장면을 읊듯 설명한다.그저 구석기에 돌 깎아서 사냥하러 다니는 단순한 인간이 돌연변이로 지금 수준에 발전한게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모든 능력이 동일했다. 그 능력은 인류멸종의 위기마다 뛰어난 혁신능력으로 발휘되어 다시끔 살아남은 것이다. 혁신은 사냥, 채집과 같은 인간 생활의 모든 것에 걸쳐 전반적으로 나타났다. 빙하기 시절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가죽을 기워입고, 이를 만들기 위한 뼈로 만든 바늘의 출현, 사냥방식의 다양한 협동능력은 다른 종에겐 없는 인간의 축복인 셈이다. 아프리카에서 출현..
코스모스, 칼 세이건 "코스모스"처럼 우주와 같이 방대한 배경을 주제삼아 다룬 책을, 독후감으로 남긴다는 건 어쩐지 너무 많은 분량을 압축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나의 삶에 분명한 느낌을 준 이런 책에 대해서 지금 내가 가진 이 감정을 표현해 놓지 않는다면, 분명 후회할것 같다. 지구라는 행성의 작은 지표면에서 하루 살아가는데에 쓸데없이 놀리는 정신을 하늘로 돌려보는 귀중한 기회였다. 인류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에는 빛나는 별에 대해 이루어놓은 해석이 없었다. 별의 기원은 그렇다고쳐도, 지구 중심의 우주관에서 벗어난 생각이 분명한 증거를 가지고 있어도 대부분의 기간동안 무시했고, 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잔인하게 탄압했다. 책 "코스모스"는 이런 역사도 놓치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흘러서 태양이 중심인 분명한 증거..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칼 세이건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계체 중에서 가장 그 수가 많다. 그 수의 폭발적인 증가가 다른 계체의 증가를 막고, 하루에도 다른 계체 수백종씩을 멸종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해도 되는 자격이 있는가? 누가 보아도 '지속 불가능'한 방식의 인류 역사는 계속 이어지다 언젠가 지표 아래쪽으로 사라지고 말건가? 저자인 칼 세이건, 앤 드루이얀은 냉전으로 인한 세계대전이 임박한 시기에 이르러, 인간 스스로 종말에 이르려는 것에 대한 성찰로 책을 썼다고 한다. 인간의 뿌리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그 진화과정을 알수록, 우리가 갖추어야 할 희망적인 정책을 찾을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냉전이 끝나고도 수십년이 지났지만, 지나친 지하자원 소모, 인간(또는 국가) 사이의 불평등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어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