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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

예수전 / 김규향

예수는 좌파일까? 우파일까?
종교가 있고 나와 정치적인 생각이 비슷한 친구와 한창 이야기 한게 있는데, 지금 기록되있는 이천년 전 예수의 행보를 봤을 때 '좌파'가 아니겠냐는 것이었다.
내가 보았을 때 예수는 지배체제와 당당히 맞서 타협을 하지 않고, 약하고 병들었으며 그중에서도 천한 사람들과 가까지 지내었으니, 누가 봐도 현실을 옹호하는 우파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역사적 예수이건 성경의 예수이건 그와 관련된 기록에서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그가 '혁명가'였단 점이다. 지금은 엉뚱하게도 그가 옹호하고 싶지 않을 수구 기득권 세력이 자리잡은 기독교가 그를 모시지만, 정작 이천년 이후 예수의 생각을 바로 표현하자면 '사회주의를 넘어선 그 어떤 것'이다.

'먹보요 술꾼이요, 세관원들과 죄인들의 친구'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는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 보다 어렵다'
예수가 얼마나 '친서민' 적이고 사유재산 체제에 큰 반감을 가진다는 것을 알수 있는 대목이다. 내가 궁금한 건, 위와 같은 성경구절을 몇번이고 되뇌어 봤을 교회는 왜 정작 주류사회에서 정반대의 모습을 보이냐는 것이다.
이데 대해 김규향은 예수가 '인민을 버린 성전은 잘못된 성전이 아니라, 성전 자체가 아니다' 라고 했듯 잘못된 교회는 이미 '교회'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물론 지금의 잘못된 기독교 교리를 비판하기 위한 것이 '예수전'의 주제는 아니다.
이천년 전 예수가 전한 '하느님의 말씀'이란 것이 실은 우리 사회가 매일 잃고 있는 '인권'이란 가치관, 그리고 사회-정치-경제적인 평등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그리고 이런 가치관을 바로 세우기 위한 방법은 흔히 교회에서 해석하는 '유일신 야훼에 대한 열렬한 믿음'이 아니라 각자의 안에 있는 하느님을 모시는 일, 즉 가장 밑에 있는 자를 나와 같이 섬기는 일인 것이다.
이렇게 나부터 시작하며 사회 전체의 가치관을 올바르게 회복하는 운동은 지배체제를 자극 하기에 이미 '탈정치'적일수 없으며, 그것이 예수가 자신이 고난을 당하게 될 것을 아는 이유다.

예수는 당시 이스라엘 에서 로마와 손잡고 이중착취를 일삼는 지배계급 세력, 또 그것에 맞서는 세력으로 국민들의 지지를 받지만 어떤 노력도 하지않는 '베사다인', 그리고 유혈폭력으로 로마에 맞서려는 '젤롯당' 등 모든 세력들로부터 미움을 받아 공동의 적이 되는데, 예수가 이처럼 거의 모든 세력에게 환영받지 못한 이유는 '세력'을 위시로 하는 허세보다 '가장 낮은 자'들을 위해서 당연한 가치관을 복귀시키는 일을 했기 떄문이다.
즉, 이용해야 할 백성들을 계몽시키는 '비폭력주의자'로써의 예수는 지배체계에 아주 위험한 인물이 되기 때문이다. 김규향은 이런 예수의 생각을 <사회주의를 넘는 어떤 것>이라고 표현하며, 자본주의의 이념에 뼈묻혀 사는 현대인들에게 진짜 예수의 길이 뭔지를 시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