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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에 해당되는 글 18건
2015.02.11 18:47
생물의 특정한 신체 역할이 궁금할 때, 어떻게 알아 내야할까. 제일 쉬운 방법은 그 부분에 이상을 일으키거나 혹은 제거한 후 결여되는 기능을 확인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이런 실험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주로 동물로 실험을 한다.

이 동물실험조자 고차원적인 뇌의 인지기능을 확인하는 실험에선 큰 어려움에 마주친다. 특히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듯한 세부적인 기억체계는 동물실험으론 절대 채워지지 않을 주제다.

그런데 뇌의 기억 부문에 혁명적인 발견을 하게 될 날이 오니, 그게 참 어이없게도 누군가의 큰 불행 덕분이다. 책 <어제가 없는 남자, HM>의 주인공격인 헨리는 이 기억이란 논리적 스키마에 해부학적 지식이 합쳐지게되는, 인류사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사건을 겪게된다. 헨리 개인의 인생에선 너무나 큰 비극임에도 말이다.

그는 간질로 뇌속의 해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기억을 잃는다. 단순히 기억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20초 정도 지나가면 모든 일을 새까맣게 잊어 버리는 것이다. 오롯이 현재진행형으로만 살아가는 것이다. 20초가 자신이 소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프레임이라면 긴 삶을 사는게 대체 어떤 의미일까.

기억만 못할 뿐 나머지는 건강했던 헨리는 신경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실험군이었다. 이른바 서술기억과 비서술기억의 해부 구조에서의 명확한 구분도 이 때의 실험으로 이루어졌고, 단기기억, 장기기억에서 뇌의 유기적인 기능의 세부 분류가 가능했다. 저자가 45년 가까이 헨리를 돌보고 연구했으니, 그 사이 영상 진단 기술의 발달같은 흐름이 기억 연구와 그 발전 방향을 함께 하게 되면서 뇌 관련 연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물론, 헨리가 없었다면 기억의 메커니즘 구현에 아직도 애먹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뜻하지 않게 일어난 일은 세상에 큰 변화를 준 기여가 됬지만, 정작 그 중요성을 자신이 스스로 이해할 서술 능력은 앗아가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헨리의 추도식에서 읊은 그대로 헨리는 역설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말은 인상깊다.

신경과학에 대한 대중에 적합한 난이도의 문체와 차가울 것 같은 주제에서도 헨리라는 한 사람의 인생 일대기를 돌아보는 듯한 따뜻함이 보이는 책이다. 나의 H.M을 연구해보고프다.


어제가 없는 남자, HM의 기억

저자
수잰 코킨 지음
출판사
알마 | 2014-12-30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기이하고 비극적인 H.M.의 기억상실, 그리고 그가 선물한 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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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6 12:52

TV나 인터넷 뉴스를 보자, 외신에선 서방기자가 참수당했다는 뉴스가 첫면에 나온다. 저 멀리 중동에서의 잔인한 전쟁은 몇명 사망하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아닌듯 하다. 또한 국내 소식은 각종 성폭력 및 직계가족간의 비정한 살인 같은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인간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머무르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파스칼은 인간의 만성적인 불행의 원인을 자신의 고립을 한정하지 않으려는 인류 본연의 공통적 성격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몇천년 전 선사시대의 고고학적 증거는 그 시절에 전쟁이 없었으며, 또한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정신적인 학대 또한 존재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증명한다. 

분명 어느 시점에서 인류는 전쟁통에 빠져들며 세상 전체가 정신적인 불화상태에 빠져들었다. 그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자아 폭발> 은 역사적 기록을 바탕삼아 인간 집단 전체가 이러한 광기에 휩싸인 이유와 그 과정을 설명한다. 지금은 사막인 사하라 지역부터 시베리아까지 먹을 것으로 풍족한 숲이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차츰 안에서 수렵생활을 하던 인간들은 매우 부족한 자원의 양으로 살아가야할 처지가 되고, 자아를 발달시켜 자기반성적인 생각을 해야 만 "먹고살수"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수난"은 그 동안의 자연과 함께하던 일종의 공감정신을 일제히 함몰시키고, 자신의 자아를 고립시키는 과정을 낳았다.  이 고양된 자아는 주변과의 공감을 상실하고, 필연적인 주변과의 갈등을 낳는다.


물론 인류가 그 자아 폭발로 여러 우수한 발명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에 "순이익"따위는 없다. 그저 부끄러운 역사는 엄연한 사실로서의 하나의 도덕적 잣대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나 국제 곳곳에서 정당한 민주주의가 출현했다는 것이 저 피로 점철된 추한 역사의 뒷길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에서 다루는 전쟁, 가부장제, 어린이에 대한 억압, 인종차별, 그리고 불평등에 대한 공통적인 분모는 모두 "공감"의 상실이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뜻 모르게 분노하는 대상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며, 같은 가치를 향유하여 가질 수 있는 하나의 개체임을 망각한다. 이것은 어떻게 좋게 해석을 하던 공감을 상실한 것이다. 그 예로 성폭력은 여성을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공감없는 정신체계의 산물이며, 전쟁이란 것 또한 자신과 교류 없는 집단을 아예 인간 이하로 격하시키는 집단적 사이코패스 과정인 것이다.


서로간의 공감을 회복해 정신적인 불화를 벗어나기에는, 너무 늦었을 가능성도 크다. 인류가 공감을 상실한 개체가 생명뿐만이 아닌 자연에 대한 우리의 세계관까지 크게 망쳐 놓았기 때문이다. 저 옛날 인류가 자아 폭발을 겪은 그 현장의 배경엔 기후변화라는 큰 틀이 있었다. 지금의 인류 또한 일부 세계를 중심으로 약간의 평화상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작금의 통제되지 않는 자연파괴,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미 우리에게 또한번의 큰 기후변화를 안길 것임이 분명하다. 아직도 이것을 과학기술의 해결할 수 있다고, 인류의 미래 해결 선상에 놓는 자들이 많다. 그러나 비이성과 이성이 매우 혼잡스럽게 존재하는 세상의 미래에 체계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 것이 어떤 방향으로 우리의 "자아 폭발"에 또 영향을 줄 지는 미래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자아폭발: 타락

저자
스티브 테일러 지음
출판사
다른세상 | 2011-09-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지난 6000년 동안 인류는 일종의 집단적 정신병을 앓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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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7 19:17

내가 처음으로 아파트에 입주한 때가 생각난다. 지금은 아담하다고 할 수준의 12층 아파트 2동짜리 였는데 엘레베이터를 탄 그 순간부터 이 곳은 뭔가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베란다 너머 보이는 넓은 전망, 좁은 공간을 최대한 펼쳐 놓은 듯한 평수, 그리고 각자의 방으로 분리된 공간. 


현대를 사는 한국인에게 아파트라는 것은 이렇게 현대성과 편안함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런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외국(정확히는 서구)에 나가 자신이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얘기한다면 아마 굉장히 수상히 여길것이 분명하다. 서구에서 시도된 아파트 단지들은 지금은 대부분 범죄의 온상과도 같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영화 <13구역>을 보면 이와 같은 이미지들이 잘 투영되어 나온다. 


<아파트 공화국> 책을 지은 발레리 블레조는 이런 한국과 프랑스의 대조적인 아파트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아파트단지의 흥행 정도를 두고 심도깊게 연구한 책이다. 아파트 내부의 한국 전통 생활상이 투영된 모습, 구성 세대원들의 조사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내가 정말 관심있게 본 것은 "한국은 어떻게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냐"라는 부분이었다. 


군사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한 마포아파트와 종암아파트 대단지 분양은 말 그대로  대박을 치게되고 그 이후론 고급형 아파트들이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여러곳에서 본격적으로 지어진다. 저자는 여기서 한국의 아파트 분양제도가 "공공"의 형식이 아닌 "소유"하는 제도로 대부분 진행된 점이 분양 시장의 가속화를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이 점에선 프랑스 혁명때부터 공공주택을 정부 차원에서 공급해 노동자 계층의 안정을 꽤하려는 역사가 있는 프랑스에 비해, 이제 막 국민임대 등을 통한 공공 형식이 보급되어 가며 한국에서 받아들여 지는 방식에 꽤 차이가 있음을 느꼈던 것이다. 


이후의 역사야 후술할 필요도 없다. 나라에서 국민을 보호하기는 커녕, 판자촌을 강제로 뒤엎고 살던 사람을 내쫒으면서까지 아파트가 "난립"했다. 마치 그 길이 유일하게 경제가 성장하는 길인 것처럼 프로파간다되었고, 좀 더 높게 짓고 넓은 용적율의 똑같은 건물이 뒤덮힌 서울은 이내 성냥갑이라 불리는 건축학 실패의 살아있는 예제가 되었다. 그렇게 최대한 빠르게 만들어 주택보급율에서 속도전을 진행했는데 이 다음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저자는 유지보수가 더더욱 힘든 아파트 대단지들이 재건축 시한이 올수록, 그리고 그런 대단지가 유난히 많은 서울의 수명이 그만큼 짧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대가 특정짓는 가치가 낮은 아파트 특성상 입주민들이 재건축 할만한 경제적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동산 시장은 큰 경기 불황을 만나, 저자가 경고한 아파트를 특징 짓는 낮은 수명과 잦은 재건축이 상충되는 시점을 만나기는 매우 먼 시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미분양 아파트들과, 똑같은 미적 기준으로 하향평준화 되버린 아파트 풍경 속에서 이를 헤쳐나갈 길이 과연 아파트 유형을 벗어난 다른 형태의 주택 대안은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책 속에서 크게 웃겻던 부분인데 한 번 발췌해 본다.


한번은 동료 도시기획자에게 서울의 도시 축약본을 보여주었더니 "한강변의 군사기지 규모는 정말 대단하군"라고 했다. 바로 반포의 아파트단지 였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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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03 19:02


북한의 "꽃파는 처녀, 피바다" 와 같은 대규모 연극공연, 대축전의 매스게임, 인민군의 무력행진 등이 "극장"안의 "공연"이 될때, 정작 관객은 누구인 것일까? 외세를 향한 메시지라기보다도, 참여하는 자 스스로가 관객이다. 그것은 김일성이란 권력자를 향한 몸짓이 아니라, 북한의 권력을 자신의 정신 세계로 인민들 스스로 구축하는 나름의 방법이다. 일제강점기에 살아보지도 않은 지금의 세대들을 끊임없이 김일성의 항일 빨치산과 깊은 공감대를 가지게 하고, 자신들의 뿌리에 대한 긍정적 감정은 곧 김일성-김정일 세습과정에 자연스런 역할을 한다. 부모의 후광을 업고 세상에 뜨는 정치인은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다. 


극장국가란 것이 그것이다, 본래 경찰, 군대와 같은 폭력유지 수단의 점유가 국가라는 것이 막스베버의 이론이었으나, 인류학자인 게이츠는 "극장 국가"이론으로 국가란 무력으로 이루어지는 그 무엇이기보다, 같은 신화를 공유하는 사회로 보았던 것이다. 

그 신화란 것이 북한에선 수령인 것이고 이것은 거의 유일한 희망과도 같다. 즉 북한은 국가라는 "극장"속에서 인민들에게 끊임없는 연극을 통한 세뇌로, 가족보다 더 중요한 가치를 지닌 수령님의 나라로 탈바꿈 한 것 이다. 그것이 그들이 경제적 굶주림 속에서도 선군주의에 전념할수 있는 이유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경제적 욕구마저 충족시키지 못하면서도 어버이수령이란 이름의 존엄성은 그들 사이에 여전하다. <극장국가 북한>은 가장주의적 유교적 풍습이 사회주의와 결합하며 절대권력을 유지한 내부적 요인과 소련-중국의 수정주의를 무시하며 홀로 미국과 맞서고 있다는 과장된 역사인식이 이런 유일무이한 사회주의 권력세습이 가능하다고 분석한다. 다만 극장국가란 개념을 통해 앞으로 있을 일들의 전망이 가능할까?  계속 이런 식의 세습이 가능할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은 주변 국가에 안정적일 것인가? 


극장국가의 개념은 사실 일본에도 있었다. 중앙집권적인 권력이 필요했던 일본 유신정부가 그전까지 거의 무시당하던 천왕이란 존재를 "국부"수준으로 격상시킨 것이다. 천왕이 신민들을 자주 방문하고 보살피는 등 여러 정치기술과 갖은 담화들로 미화시켜놓았던 것이 "극장국가"의 전형적 모습이다. 그 정치체제의 결말은 다들 아는 바와 같다. 항복이 합리적인 상황에서 천왕의 이름을 부르며 옥쇄하는 등 결말은 엄청난 파국이었다. 북한의 과잉된 정치행태의 끝이 이와 비슷하게 가고 있음이 무척 우려된다. 어찌보면 북한은 형용모순에 갖혀있다. 그들은 항일 빨치산의 정신을 기둥삼아 유격대국가가 되었으나, 정작 그들이 적으로 삼았던 일제와 무척이나 유사한 정치체계를 갖춘 셈 아닌가?




극장국가 북한

저자
권헌익, 정병호 지음
출판사
창비 | 2013-02-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극장국가 북한 - 카리스마 권력은 어떻게 세습되는가북한, 스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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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7.04 17:29

"일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일 중독'임을 자처하던 이책의 저자는 현대에 들어서 더 복잡해진 노동시장을 밑바탕으로, 일자리의 의미를 심도깊게 분석한다. 사람들 대부분이 흥미없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도 살아있는 한 계속해서 일하려는 그 밑바탕의 심리를 파헤치는 것이다. 요즘같이 제대로된 일자리가 거의 나오지 않는 시점에, 이 책을 통해 다시 생각하게 된 "일자리"의 의미는 사람의 숨쉬는 것과 같은 삶의 필수조건이란 생각이 든다.


일한다는 것은 1차적으로 금전적인 목적이 가장 크다. 그러나 보물을 찾으려 심해를 뒤지다 전혀 다른 뜻밖의 생물을 찾게 되듯, 일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인생의 여러 부분을 느끼고, 또 여러 인간 군상을 마주치게 된다. 그런 상호 작용은 일자리가 단순히 월급 나오는 곳이 아닌, 자신의 자아가 인정받는 곳으로 거듭나게 한다. 좋은 의미든 나쁜 의미로든 사람은 직장에 있을 때 가장 인정받게 되며, 자기 직업을 비추어 봄에 따라 자신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저자인 "알 지니"는 현대사회에 들어서 일에 대한 "찬양"이 굉장히 과해졌다고 평가한다. 즉 프로테스탄트 윤리를 통해  부의 축적이 축복으로 전환되는 그 시점에서 산업사회, 자본주의가 맞물리며 열심히 일하는 자신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은 명예스러운 것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그 일이 천하든 귀하든 간에 말이다. 이런 류의 노동윤리는 비록 대부분의 노동자의 마음에서 거부반응(?)을 일으키지만 과도한 일중독, 무제한 경쟁같은 것들에 나름 정당성을 부여해주었다.


그런데 일에 잡혀 살면서도 그 사람을 불행하다고 생각하게 만든건 일 자체가 아니라, 일의 성격이었다. 성격이란 일의 직무가 아닌, 노동자가 결정에 참여할수 있느냐, 회사가 노동자를 존중해주냐의 여부였다. 요즈음 사람들 사이에서 부럽다고 회자되는 회사의 공통점들이 다 이렇지 않은가? 자신이 하찮은 부속품이 아닌, 어떤 일원으로써 당당하게 기여한다고 생각할 때 사람은 행복해지는 법이다.


책은 이 밖에도 고도의 자동화가 몰고 올 대규모 실업사태를 예견한다. 기계가 자기 일을 대신하게 된 블루 워커, 또는 일부 화이트 컬러 노동자들은 19세기 식의 망상처럼 “노동에서의 해방"이 아니라 대규모 실업자 신세가 되고 말았다. 물론 세계화 추세에 따라, 낮은 기술력을 요하는 일들이 개발도상국으로 흘러간 점, 또한 자동화 추세로 인한 실업보다는 경기의 오르내림이 일자리에 더 치명적이라는 점을 저자는 간과했지만, 결과론적으로 산업사회의 팽창이 실업 인구를 부풀린 것은 사실이다.


시간이 갈수록 나아질 줄 알았던 일자리 사정은 점점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대부분의 노동자가 현재의 벌이로는 예전만큼의 생활 수준을 누리지 못한다. 여성들도 사회에 많이 진출했지만 이른바 “유리 천장”에 막혀 남성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 이런 암울한 일자리 미래에 해결책이 무엇인가, 저자는 정부의 적극적인 노동시장 개입이 필요하다고 보고있다. 자유시장에서의 폐해를 정부가 선순환 시키는 케인즈식 문제해결법이다.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제등을 통해 건강한 노동시장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측면에서 노동자가 적게 벌면, 적게 쓰기 때문에 악순환이 된다는 이론도 견지하지만, 인간다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이기도 하다.


책에서 언급된 교황 바오로 2세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일할 권리"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사회안전망이 부실한 사회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란 것은 개인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반대로 일자리를 잃는 다는 것은 경제적인 타격도 있겠지만, 그 개인의 가치가 송두리째 뿌리뽑히고 무시당하는 느낌이란 것을 이해해야 한다. “일할 권리”가 무시당하는 만큼 그 사회는 구성원들이 행복할 여지를 주지 않는 것이다




일이란 무엇인가

저자
알 지니 지음
출판사
들녘 | 2007-01-16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일'의 실체를 파악하여 우리 삶을 재해석한 책! 우리는 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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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3.22 15:55

꽁꽁 얼어붙어 아무것도 살지 못할 것 같은 긴 겨울, 그 틈 사이로 존재한 여름 중 에서도, 유독 지금 이 시대인 "긴 여름" 간빙기는 1만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운좋은 시기를 타고난 인류는 수렵에서 농경으로, 다시 산업사회로 진화했다. 이제는 자신의 역량으로 자연의 위협에서 완전히 독립한 것 처럼 군림한다. 하지만 고작 프레온가스로 오존층이 뻥 뚫리더니 이젠 전지구적 기후변화까지 일으키며 자기가 이룬 문명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뭐가 문제일까?


<긴 여름의 끝>은 이미 임계치를 넘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몰고올 인간문명의 변화를 예측하고, 거기에 대응할 방법을 모색하는 책이다. 유의할 점은 이 책이 다루는 대응방법이란게 현대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점이 아니란 것이다. 이것은 생존가능성에 대한 책이다. "긴 여름"의 끝엔 인간이 스스로 정복했다 자부했던 자연의 역습이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며 광활한 농경지대가 사라지고, 얌전하지 않은 기후변화가 산업사회 전반을 어지럽히는 계속된 재난속에 "지속가능성"이란게 있을수 없다. 


그렇다고 인류의 멸종을 예고하는 결정론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몇만년 전 선조들이 온갖 악재를 무릎쓰고 살았듯이 우리도 계속 살아 갈 것이다. 다만 스스로 그렇게 파멸로 치닫게 된 이유를 묻지 않으면 안된다. 그린란드에 정착한 노르웨이인들이 그들의 대륙에서의 생활방식을 고집하다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듯, 우리가 가진 근본적 가치관에 대한 회의를 가지지 않고서는 그동안의 지속된 인류문명이 화석으로나 남을거란 보장이 없다. 


팽창주의, 성장주의의 현대 경제관념은 "청정에너지"조차 성장으로 편입시킨다. 심지어는 거기에 주식까지 메긴다. 당장에 불황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국가들 입장에서야 이해되지만 전지구적인 시급함의 대응에는 한참 미달했다. 세계정상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는 커녕 매년 증가량을 "감소"시키는데 만족한다. 저자는 기후변화의 위기를 완곡하게 해석하는 세계가 좀 더 위험한 세상을 몰고 온다고 경고한다. 성장해야만 하는 이 체제는 자연을 정복했다고 자임한 인간사회의 철학에 근본적 사상을 뿌리두고 있다. 이 체제가 폐기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살아가지 않는한, 지금 다가올 위기는 더욱 증폭되고 그만큼 미래의 생존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체적인 지구시스템의 이해를 중요시하고 인간을 주인공으로 두지않는 '가이아'이론이 등장한다. 모든게 성장위주, 인간편의 중심이던 전과는 다르게, 인간이 하는 행위가 몰고올 변화에 대한 전체적 숙고를 가능케 한다. 그 뒤의 세상이 예전만큼 빠르고 효율적이진 않겠지만 선조들이 겪었을 고난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지금까지 "긴 여름"에 종속된 이와 같은 편의는 금방 잊혀지리라. 이에 비관하기 쉽겠지만 그 상념엔 인류가 끝없이 지금처럼 진보한다는 근거없는 역사를 믿기 때문일 수도 있다. 책의 말미에 적힌 것처럼, 우리는 비극에서 살아남는 혁신적인 "동물"이었기에 불투명한 미래도 나아갈수 있을거란 믿음을 가져본다.


      훌륭한 삶은 진보의 꿈속에 있는게 아니라, 비극적인 사고에 대한 대처 속에 있다 

- 존 그레이, 영국 역사학자



긴 여름의 끝

저자
다이앤 듀마노스키 지음
출판사
아카이브 | 2011-07-25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어느 날 자연은 갑작스럽게 쳐들어올 것이다『긴 여름의 끝』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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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7.23 20:59

몇해전 솔제니친이 사망했다는 뉴스를 들었을때, 나는 두가지 사실을 알수있었다. 그가 노벨문학상 수상자였다는 것, 그리고 노벨문학상을 받게된 그가 쓴 책인 <수용소군도>가 소련 체제를 뒤흔들만큼 충격을 줬다는 사실을 말이다. <수용소군도>는 소련 국민이면 누구나 알고 있을 법했지만, 전혀 보도되지 않았던 소련내의 "불편한 진실"을 집중조명한다. 비밀경찰이 판치고 다니며 외국에 있는 사람조차 거리낌 없이 암살하던 냉전의 한복판에서 그가 이 책을 집필하는 장면을 생각해보라. 분명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할것이며, 죽을 각오로 쓰지않았다면 이 기록이 나오지 못했으리라..


어떤 면에서 수용소군도는 기록도, 사건도 아니며 그저 역사가 되어버렸다. 단순하게 사건으로 잡기에는 수용소를 향하던 사람들은 너무나 많았고 일정한 사건을 두고 폭발한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억압의 시스템이었다. 나찌가 일어나고서부터 패망하기까지 고작 10년도 안되는 사이의 학살극이었다면, 소련은 장장 50년을 넘나든다. 그래서 이 책에선 수용소로 향하는 그 과정을 "흐름"으로 은유한다. 50년, 이토록 긴 시간을 가지고 '사건'이라 할수 있을까? 죄가 있어서 잡아드는 것도 아니고, 위험인물도 아닌 그토록 평범한 소련인민들이 겪어야 했던 고초는 이루 말할수 없다.


"노동자가 다스리는 나라"인 사회주의 국가는 혁명과정에서 독특한 법리해석을 관장하는 사고방식을 체득하고, 거기에 잔인한 폭력까지 결합하니 남은건 "독재자"라는 중앙통제다. 스탈린이 그 역할을 맡았다. 한명의 반동분자가 생길까봐 벌벌떨며 천명, 만명을 잡아들여 수용소에 처넣었고 그렇게 반혁명을 꺾었다며 자화자찬했다. 겁이 없어서 독재를 하는게 아니라 겁이 너무 많아서 독재를 하는 듯하다. 그 사법 시스템 또한 매우 독특하다. 법이 하나 더 생기면, 때마침 그 법을 위반한 자들 수천을 잡아들여 "10년형"을 선고한다. 어떻게 그 법이 그때 맞춰 생길 걸 알기라도 한듯 말이다. 


누군가의 사고를 막겠다는 것, 나에게 불편한 사고가 나올 여지조차 꺾어버리겠다는 독재의 꿈은 소련이 무너져버린 21세기 이편에서도 계속 꿈틀거리고 있다. 대한민국에선 이미 생각의 자유를 국가의 안보라는 뭔가 확실하지 않은 이유를 들어 형사처벌할수 있는 법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소련의 막무가내 사법을 닮은 이 조항을 반대하면 "빨갱이"라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 

또한 자본주의 사회내에서조차 "돈의 자유"에 눌려버린 "개인의 자유"의 비명은 흡사 옛 소련 수용소에서 나오는 듯하다. 소련을 수용소군도로 만들어버린 이 미친 정신세계에 사회주의 시스템이 기여한바도 상당하겠지만, 흔히 역사에서 보듯 자본주의가 그 단점들을 희석시켜주는 체제로 볼수는 없다. 그 많던 자본주의하에서의 독재, 부패, 억압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말이다.


어떤 체제가 더 우월한지에 대한 증명을 하는 것인가? 질문은 오히려 "왜 우리는 들고 일어서지 않았을까"하는 반성이다. 러시아의 인민들은 왜 들고일어서지 않고 조용히 짐을 싸 살아돌아오는 것조차 확신할수 없는 수용소행에 몸을 맡겼을까. 밤새 심문당하고 고문당하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사 돌아보는 소극적인 자세에 대한 반성에 비쳐, 이젠 그런 야만적인 정치체제의 주인장들이 오히려 자기가 희생양인양 위장하는 꼴도 우습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수용소군도의 흐름은 계속 되었고 책의 말미처럼 진실이 폭포처럼 쏟아지는 그 순간에 소련은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망했다. 체제가 받길 거부하는 진실들, 그리고 진실을 마주할때의 태도 등에 비추어 볼때 매순간 국운을 결정짓는 것은 총칼이 아닌 오히려 그 국민에 대한 태도 아닐까?




수용소군도

저자
알렉산드르 이사예비치 솔제니찐 지음
출판사
열린책들 | 2009-11-3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수용소군도』. 고전들을 젊고 새로운 얼굴로 재구성한 전집「열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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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3 22:22

요번에 읽은 <크로마뇽>은 인간이 역사로 기술해놓지 못한, 몇만년전 태생인류 시절을 재구성하는 이야기다. 고고학에서 꽤 유명한 이 책의 저자는 현재까지 밝혀진 현생인류 진화의 증거들을 따라,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는 영화의 한 장면을 읊듯 설명한다.

그저 구석기에 돌 깎아서 사냥하러 다니는 단순한 인간이 돌연변이로 지금 수준에 발전한게 아니다. 그들은 우리와 모든 능력이 동일했다. 그 능력은 인류멸종의 위기마다 뛰어난 혁신능력으로 발휘되어 다시끔 살아남은 것이다. 혁신은 사냥, 채집과 같은 인간 생활의 모든 것에 걸쳐 전반적으로 나타났다. 빙하기 시절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가죽을 기워입고, 이를 만들기 위한 뼈로 만든 바늘의 출현, 사냥방식의 다양한 협동능력은 다른 종에겐 없는 인간의 축복인 셈이다. 


아프리카에서 출현한 크로마뇽이 끊임없이 펼쳤던 사냥이 인류를 전 대륙에 퍼지게 했다. 생김새가 언틋 비슷했지만 크로마뇽과 지능에서 큰 차이를 보였을 네안데르탈인도 마찬가지다. 서로 마주쳤을지도 모를, 아니 거의 높은 확률로 그렇게 마주쳐 서로가 경계심을 갖추었을 현생인류 후보들 중, 오직 크로마뇽만이 살아남았다. 이런 생존경쟁의 기술에서 볼때, 책표지 부제의 "살아남은 현생인류에게서 무엇을 배울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언틋 "무한생존경쟁"등의 자본주의식 미사여구로 포장될 것 같으나, 오히려 저자는 고고학의 심오함 자체만을 책에서 얘기할 뿐이다. 


미트콘드리아 같은 분자적 증거로 현생인류 탄생의 증거와 이동자취를 발견하고, 과학범죄수사같은 끈질김으로 그들의 벽화의미를 해석하고, 그곳에 있었던 이유, 그리고 사라진 이유를 추적해 나간다. 돌을 끼워맞춰가며 석기하나 만드는, 무한한 인내심만을 요구할 것같은 고고학이 알고보면 모든 과학을 동원해야 하는 학문인 것이다. 물론, 책에서도 고고학을 위한 인내심에 대해 매우 강조하고있다. 하기사 그런걸 요구하지 않는 학문이 어디있겠냐만은..

우리가 고고학이 진부하고 재미없는, 심지어는 부동산 가치의 리스크(?)로 까지 여기게 된데는, 한국 세계사 교육방식이 문제인듯하다. 우린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을 주관식 답안지에 써넣기 위해 기억했다. 그들이 빙하기를 어떻게 견뎌왔는지, 우리와의 생김새, 그들이 느꼈을 우리와의 차이와 대한 증거찾기에는 흥미를 거두었다. 심지어 석기시대 그림이 구석기인지 신석기인지 맞추어야 하는 점수에 대한 집착만이 남아, 인류기원의 역사가 그저 시험문제라는 쪽으로 퇴색했다는 것이 슬프기도 하다. 학문의 발전은 일반 대중의 관심에서 오고, 그런 관심은 이야기와 서사시에서 부터 출발한다. <크로마뇽>은 인류기원에 대한 역사적 서술이며 화려한 이야기다. 


책 중반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기다란 식탁 한쪽끝에 학자를 데려다 놓고 그 옆에 그의 할아버지를 앉게 한다. 다시 그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앉는 방식으로 몇천세대가 거슬러 올라가면 결국 다른 한쪽끝에는 최초의 현생인류가 있을 것이다. 한쪽끝에서 다른 끝쪽으로 바로 말은 못 건너겠지만, 자신의 옆 할아버지에게로 이야기를 계속 건너가면 결국 모두가 이야기를 들을수 있다. 역사에서 이런 연결고리는 어느 순간 끊어져있다. 어느 순간 희미해진 조상의 이미지는 그 시작점이 분명하지 않다. 그 위대한 시작점에서 우리가 새까맣게 잊고있던 그들의 화려한 동굴벽화를 마주쳤을 때 느끼는 심경은 바로 그런 뿌리를 찾았다는 느낌, 몇만년을 거스르는 이야기가 다시끔 자기 뿌리를 찾는 자손들에게 전해지는 황홀경이다. 라코스의 한 동굴벽화로 시작한 이 책에서, 그 끊어진 이야기를 다시 전해듣기를 추천한다





크로마뇽

저자
브라이언 M. 페이건 지음
출판사
더숲 | 2012-05-24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최초의 현생인류, 크로마뇽인에 관한 모든 것!빙하기에서 살아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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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9 16:21

"코스모스"처럼 우주와 같이 방대한 배경을 주제삼아 다룬 책을, 독후감으로 남긴다는 건 어쩐지 너무 많은 분량을 압축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나의 삶에 분명한 느낌을 준 이런 책에 대해서 지금 내가 가진 이 감정을 표현해 놓지 않는다면, 분명 후회할것 같다. 지구라는 행성의 작은 지표면에서 하루 살아가는데에 쓸데없이 놀리는 정신을 하늘로 돌려보는 귀중한 기회였다. 


인류역사 대부분의 기간 동안에는 빛나는 별에 대해 이루어놓은 해석이 없었다. 별의 기원은 그렇다고쳐도, 지구 중심의 우주관에서 벗어난 생각이 분명한 증거를 가지고 있어도 대부분의 기간동안 무시했고, 그 생각을 가진 사람을 잔인하게 탄압했다. 책 "코스모스"는 이런 역사도 놓치지 않고 보여주고 있다. 

시간이 흘러서 태양이 중심인 분명한 증거로써 우주관이 다시 쓰여지고, 우리의 은하수 은하, 그리고 다른 은하계를 관측해가며 예전만큼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확고한 믿음(?)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중심을 잃고 계속 팽창하는 듯한 이 세계는 중력, 전자기력, 핵력 등으로 계속된 설명이 가능하다. 이렇게 혼란을 벗고 일관된 수학적 규칙으로 설명되는 세계의 이름이 "코스모스"라고 한다. 


기원전의 이오니아라는 곳의 과학자들의 생각은 정말 놀랍다. 그들은 지구가 둥근것은 물론이고,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있다는 생각까지 하는, 근대에 가까운 생각을 해왔다. 물론 중세를 거치며 그런 과학관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잊혀졌지만 말이다. 이오니아의 전통 과학을 그대로 계승할수 있었다면, 지금 광속으로 달리는 우주선을 타고 여행을 다닐수 있을 정도일 것이다. 칼 세이건은 발달한 이오니아 문명이 운명을 달리한 것은, 다름아닌 노예제도 때문이라고 한다. 기술이 발달하는 것과는 별개로 노예를 사고 파는 산업이 발달했고, 노예가 하는 일이 주로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몸을 써서' 검증해야 하는 과학이 천시 받을수 밖에 없었다. 조선의 '사농공상'만 나라를 망친게 아니었다. 한창을 이루던 이오니아의 과학은 그때부터 공자왈맹자왈 하는 철학이 중심이 되어, 깨질수 없는 도그마만 길러왔다. 


이 책을 보면 누구든지 '성간행 여행'을 꿈꾸게 된다. 그 유명한 드레이크 방정식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만 수억의 지적생명체가 살아숨쉬고 있다. 그들이 보내는 메시지를 받는 것부터, 그들이 있는 곳 까지 방문하는 것은 지금의 우리 기술이 더 진보해야지만 가능할 것이 분명해보인다. 빛의 속도로 우주선이 간다면 지금 지구로부터 가장 멀리있는 인류의 유산인 보이저 1호도 1시간안에 따라잡을수 있다. 이런 발상은 경제적으로든 공학적인 설계로든 엄청난 딴지를 피할수 없기에, 일단 인류는 외계의 전파 신호부터 찾고 있다. 어쩌면 외계 전파는 이미 날라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1000광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물론 그 정도의 시간이라면 인류가 살아남을수 있을지부터 생각해야 되는거 아닌가 싶다.


외계와 접촉하는 일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외계와 접촉하기까지 우리를 보존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 과학은 종교보다도 더 우리 하나하나가 소중한 이유를 설득력있게 설명한다. 이 세상에 똑같은 나란 존재는 없다. 의식 수준에서도 그렇고, 유전자 수준에서는 더욱 그렇다. 세상에 없어지는 나는 누가 대변하는가. 다 엉겁의 세월을 딛고 잃어선 유전자의 자식들이다. 하나도 같지 않기에 더욱 소중하다. 칼 세이건은 우리가 만날 외계인이 있다면, 그 외계인은 분명히 평화로울 것이라고 단정한다. 그들끼리의 생존 다툼이 지독할 정도라면 몇천광년의 여행을 견딜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나같은 사람은 여러 책을 보고, 공부해도 어렴풋하게 이해할수 밖에 없는 우주지만, 분명 그걸 하게끔 만드는 동기는 매우 중요하다. "코스모스"는 자신의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게끔 만들고, 지표면 위의 인간이 밖의 세상을 해석하게끔 만드는 중요한 동기부여를 한다. 




코스모스

저자
칼 세이건 지음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2010-01-20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칼 세이건 서거 10주기 특별판 과학 교양서의 고전『코스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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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ㅎㅊ | 2015.02.08 23:25 신고 | PERMALINK | EDIT/DEL | REPLY
죄송하지만 제가 이글을 퍼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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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12 13:51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계체 중에서 가장 그 수가 많다. 그 수의 폭발적인 증가가 다른 계체의 증가를 막고, 하루에도 다른 계체 수백종씩을 멸종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해도 되는 자격이 있는가? 누가 보아도 '지속 불가능'한 방식의 인류 역사는 계속 이어지다 언젠가 지표 아래쪽으로 사라지고 말건가? 

저자인 칼 세이건, 앤 드루이얀은 냉전으로 인한 세계대전이 임박한 시기에 이르러, 인간 스스로 종말에 이르려는 것에 대한 성찰로 책을 썼다고 한다. 인간의 뿌리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그 진화과정을 알수록, 우리가 갖추어야 할 희망적인 정책을 찾을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냉전이 끝나고도 수십년이 지났지만, 지나친 지하자원 소모, 인간(또는 국가) 사이의 불평등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어간다. 하기사 냉전이 끝난 것은 체제간의 대결이 한 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것이고 인간 본성에 비롯된 문제점은 체제에서 승리한 국가에서라도 다시끔 붉어지게끔 되는 것이다. 여전히 인간은 벼랑 끝에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문명을 이어가고 있다.


제목에서 느끼는 바와 달리, 이 책은 진화와 창조론 사이의 대립을 서술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침팬지, 고릴라 같은 유인원이 우리와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공동 조상이 존재할 것이란 이론과 그 증명은, 역사에서 배웠듯이 그 파급력이 엄청났고, 아직까지도 그 증거에 대한 신뢰를 거부하는 특정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한 데카르트는 동물에게는 선택을 할 의식이 없는 것으로 동물을 보았고, 결국 인간의 차별점을 "의식화"로 보았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만이 자신을 느낄수 있는 의식이 있다고 보았다. 그밖에도 성교 체위, 도구 사용, 언어의 발달 등으로 인간을 특별히 종으로 묶으려는 철학자 및 과학자들은 수두룩 했다. 


시간이 지나 유인원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졌고 다른 생물에 대한 관찰 지식이 쌓여 감에 따라, 이젠 앞에서 말한 인간의 특수한 능력들이 조금씩 여타 동물들에 비해 독립적이지 않다는게 밝혀졌다. 호모 사피엔스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능력이란게 별로 없는 것이다. 도덕적이지 못한 일에 금수만도 못하다고 하는 표현에서 보이듯, 인간의 대다수에게 볼수 없는 유아 살해, 근친상간이 유인원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유인원들도 극한의 상태에 휘말린 경우가 아니라면 자연선택에 의해 대부분 절제되고 금기시 된다. 


오히려 인간에게 특징된 여럿은 치명적이다. 동족을 대량살상하고 자그마한 차이를 두고 증오심을 부추킨다. 살인(동족 살해)에 대한 거리낌을 없애기 위해 상대방을 아예 악마로 취급하는 동물은 오직 인간뿐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영장류와 동물은 자신의 먹이사냥이 아니라면 상대편을 심각하게 다치게 하거나 죽이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영장류를 도덕성 없는 무지한 동물로 분류 취급하는것은 잘못되었다. 동물원의 철장만 사이에 두고 보면 대체 어느쪽이 그 도덕이 더 필요한 건지 의문이 들것이다.


하지만 칼 세이건이 책 중간마다 계속 얘기하듯 우리는 유인원과 (조금) 다르다. 유전자 염기서열이 99% 닮아있는 침팬지도 우리와 그 모습과 행동양상이 아무리 비슷해도 동일시 하지 못하게 만드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성서에 기초한 사람들의 자존심 문제를 제치고 보면, 보다 높은 지능 수준, 덩치크기에 알맞게 커가는 뇌용량은 인간을 이정도 수준까지 올려놓은 것이 분명해보인다. 


인간을 결정짓는 포인트가 왜 중요한가? 인간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한 알량한 도구로써는 절대 아니다. 그런류의 생각들은 지표면 아래 묻혀 언젠가 사라질 인류의 증거밖에 되지 않는다. 60억년 지구 역사에 하나의 증거로써의 수천만 동물 하나하나의 염기서열은 경제적 가치로 매기지 못할만큼의 유물이자 보물이다. 이것의 가치가 무시되고 자기종(인간의 경우에는 자신의 계급)만이 가치있다고 판단하는 세태에서는 필연 망하고 만다. 이것은 동정이나 동물의 왕으로써 인간이 가지는 측은지심이 아니라 역사에서 지표면 위의 "왕"들이 겪었던 실패를 토대로 재구성한 이론이다. 

인간을 구분짓는 지성에 대한 탐구열정은 수천년 인류 조상들이 물려준, 현대사회에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분노를 대체하기에 충분히 발달해있다. 인류가 살아남을수 있던 이유도 그것이다. 단지 과거에 있었던 희망적인 결과들을 미래에도 이어나갈수 있는지가, 우리에게 걸려있는 과제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 인류의 본질과 기원에 대하여

저자
칼 세이건 지음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2008-05-01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광대한 우주 속의 천애 고아 인류,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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