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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

기후변화 벼량끝의 인류, "긴 여름의 끝"

꽁꽁 얼어붙어 아무것도 살지 못할 것 같은 긴 겨울, 그 틈 사이로 존재한 여름 중 에서도, 유독 지금 이 시대인 "긴 여름" 간빙기는 1만년이 넘게 지속되고 있다. 운좋은 시기를 타고난 인류는 수렵에서 농경으로, 다시 산업사회로 진화했다. 이제는 자신의 역량으로 자연의 위협에서 완전히 독립한 것 처럼 군림한다. 하지만 고작 프레온가스로 오존층이 뻥 뚫리더니 이젠 전지구적 기후변화까지 일으키며 자기가 이룬 문명의 기반을 뒤흔들고 있다. 뭐가 문제일까?


<긴 여름의 끝>은 이미 임계치를 넘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몰고올 인간문명의 변화를 예측하고, 거기에 대응할 방법을 모색하는 책이다. 유의할 점은 이 책이 다루는 대응방법이란게 현대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모색하는 점이 아니란 것이다. 이것은 생존가능성에 대한 책이다. "긴 여름"의 끝엔 인간이 스스로 정복했다 자부했던 자연의 역습이 있다. 해수면이 높아지며 광활한 농경지대가 사라지고, 얌전하지 않은 기후변화가 산업사회 전반을 어지럽히는 계속된 재난속에 "지속가능성"이란게 있을수 없다. 


그렇다고 인류의 멸종을 예고하는 결정론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몇만년 전 선조들이 온갖 악재를 무릎쓰고 살았듯이 우리도 계속 살아 갈 것이다. 다만 스스로 그렇게 파멸로 치닫게 된 이유를 묻지 않으면 안된다. 그린란드에 정착한 노르웨이인들이 그들의 대륙에서의 생활방식을 고집하다가 자취도 없이 사라지듯, 우리가 가진 근본적 가치관에 대한 회의를 가지지 않고서는 그동안의 지속된 인류문명이 화석으로나 남을거란 보장이 없다. 


팽창주의, 성장주의의 현대 경제관념은 "청정에너지"조차 성장으로 편입시킨다. 심지어는 거기에 주식까지 메긴다. 당장에 불황과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국가들 입장에서야 이해되지만 전지구적인 시급함의 대응에는 한참 미달했다. 세계정상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는 커녕 매년 증가량을 "감소"시키는데 만족한다. 저자는 기후변화의 위기를 완곡하게 해석하는 세계가 좀 더 위험한 세상을 몰고 온다고 경고한다. 성장해야만 하는 이 체제는 자연을 정복했다고 자임한 인간사회의 철학에 근본적 사상을 뿌리두고 있다. 이 체제가 폐기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살아가지 않는한, 지금 다가올 위기는 더욱 증폭되고 그만큼 미래의 생존가능성이 줄어든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전체적인 지구시스템의 이해를 중요시하고 인간을 주인공으로 두지않는 '가이아'이론이 등장한다. 모든게 성장위주, 인간편의 중심이던 전과는 다르게, 인간이 하는 행위가 몰고올 변화에 대한 전체적 숙고를 가능케 한다. 그 뒤의 세상이 예전만큼 빠르고 효율적이진 않겠지만 선조들이 겪었을 고난을 생각해보면 어쩌면 지금까지 "긴 여름"에 종속된 이와 같은 편의는 금방 잊혀지리라. 이에 비관하기 쉽겠지만 그 상념엔 인류가 끝없이 지금처럼 진보한다는 근거없는 역사를 믿기 때문일 수도 있다. 책의 말미에 적힌 것처럼, 우리는 비극에서 살아남는 혁신적인 "동물"이었기에 불투명한 미래도 나아갈수 있을거란 믿음을 가져본다.


      훌륭한 삶은 진보의 꿈속에 있는게 아니라, 비극적인 사고에 대한 대처 속에 있다 

- 존 그레이, 영국 역사학자



긴 여름의 끝

저자
다이앤 듀마노스키 지음
출판사
아카이브 | 2011-07-25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어느 날 자연은 갑작스럽게 쳐들어올 것이다『긴 여름의 끝』은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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