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문화감상록/책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칼 세이건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계체 중에서 가장 그 수가 많다. 그 수의 폭발적인 증가가 다른 계체의 증가를 막고, 하루에도 다른 계체 수백종씩을 멸종시키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해도 되는 자격이 있는가? 누가 보아도 '지속 불가능'한 방식의 인류 역사는 계속 이어지다 언젠가 지표 아래쪽으로 사라지고 말건가? 

저자인 칼 세이건, 앤 드루이얀은 냉전으로 인한 세계대전이 임박한 시기에 이르러, 인간 스스로 종말에 이르려는 것에 대한 성찰로 책을 썼다고 한다. 인간의 뿌리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그 진화과정을 알수록, 우리가 갖추어야 할 희망적인 정책을 찾을수 있다고 믿은 것이다. 하지만 냉전이 끝나고도 수십년이 지났지만, 지나친 지하자원 소모, 인간(또는 국가) 사이의 불평등은 나아지지 않고 오히려 악화되어간다. 하기사 냉전이 끝난 것은 체제간의 대결이 한 쪽의 일방적 승리로 끝난 것이고 인간 본성에 비롯된 문제점은 체제에서 승리한 국가에서라도 다시끔 붉어지게끔 되는 것이다. 여전히 인간은 벼랑 끝에 아슬아슬한 모습으로 문명을 이어가고 있다.


제목에서 느끼는 바와 달리, 이 책은 진화와 창조론 사이의 대립을 서술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침팬지, 고릴라 같은 유인원이 우리와 너무나도 닮았다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공동 조상이 존재할 것이란 이론과 그 증명은, 역사에서 배웠듯이 그 파급력이 엄청났고, 아직까지도 그 증거에 대한 신뢰를 거부하는 특정세력들이 존재하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한 데카르트는 동물에게는 선택을 할 의식이 없는 것으로 동물을 보았고, 결국 인간의 차별점을 "의식화"로 보았다. 또한 아리스토텔레스도 인간만이 자신을 느낄수 있는 의식이 있다고 보았다. 그밖에도 성교 체위, 도구 사용, 언어의 발달 등으로 인간을 특별히 종으로 묶으려는 철학자 및 과학자들은 수두룩 했다. 


시간이 지나 유인원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루어졌고 다른 생물에 대한 관찰 지식이 쌓여 감에 따라, 이젠 앞에서 말한 인간의 특수한 능력들이 조금씩 여타 동물들에 비해 독립적이지 않다는게 밝혀졌다. 호모 사피엔스만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능력이란게 별로 없는 것이다. 도덕적이지 못한 일에 금수만도 못하다고 하는 표현에서 보이듯, 인간의 대다수에게 볼수 없는 유아 살해, 근친상간이 유인원에게는 자주 있는 일이라 생각했지만, 유인원들도 극한의 상태에 휘말린 경우가 아니라면 자연선택에 의해 대부분 절제되고 금기시 된다. 


오히려 인간에게 특징된 여럿은 치명적이다. 동족을 대량살상하고 자그마한 차이를 두고 증오심을 부추킨다. 살인(동족 살해)에 대한 거리낌을 없애기 위해 상대방을 아예 악마로 취급하는 동물은 오직 인간뿐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영장류와 동물은 자신의 먹이사냥이 아니라면 상대편을 심각하게 다치게 하거나 죽이지 않는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영장류를 도덕성 없는 무지한 동물로 분류 취급하는것은 잘못되었다. 동물원의 철장만 사이에 두고 보면 대체 어느쪽이 그 도덕이 더 필요한 건지 의문이 들것이다.


하지만 칼 세이건이 책 중간마다 계속 얘기하듯 우리는 유인원과 (조금) 다르다. 유전자 염기서열이 99% 닮아있는 침팬지도 우리와 그 모습과 행동양상이 아무리 비슷해도 동일시 하지 못하게 만드는 다른 무엇인가가 있다. 성서에 기초한 사람들의 자존심 문제를 제치고 보면, 보다 높은 지능 수준, 덩치크기에 알맞게 커가는 뇌용량은 인간을 이정도 수준까지 올려놓은 것이 분명해보인다. 


인간을 결정짓는 포인트가 왜 중요한가? 인간의 우수성을 입증하기 위한 알량한 도구로써는 절대 아니다. 그런류의 생각들은 지표면 아래 묻혀 언젠가 사라질 인류의 증거밖에 되지 않는다. 60억년 지구 역사에 하나의 증거로써의 수천만 동물 하나하나의 염기서열은 경제적 가치로 매기지 못할만큼의 유물이자 보물이다. 이것의 가치가 무시되고 자기종(인간의 경우에는 자신의 계급)만이 가치있다고 판단하는 세태에서는 필연 망하고 만다. 이것은 동정이나 동물의 왕으로써 인간이 가지는 측은지심이 아니라 역사에서 지표면 위의 "왕"들이 겪었던 실패를 토대로 재구성한 이론이다. 

인간을 구분짓는 지성에 대한 탐구열정은 수천년 인류 조상들이 물려준, 현대사회에선 위험하기 짝이 없는 분노를 대체하기에 충분히 발달해있다. 인류가 살아남을수 있던 이유도 그것이다. 단지 과거에 있었던 희망적인 결과들을 미래에도 이어나갈수 있는지가, 우리에게 걸려있는 과제다.




잊혀진 조상의 그림자 : 인류의 본질과 기원에 대하여

저자
칼 세이건 지음
출판사
사이언스북스 | 2008-05-01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광대한 우주 속의 천애 고아 인류,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
가격비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