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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책

석유 없는 세상, "장기비상시대"


인류가 이만큼 산업이 발달한 이유는 무엇일까? 나름의 과학 발전이라고 할수도 있겠지만 그 원동력은 분명 석유다. 산업혁명 의 결과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그 이전시대의 인구가 10억인데 반해, 지금은 70억으로 불어나 있다. 사실상 이런 엄청난규모의 인구를 먹여살릴 수 있는 이유도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때문이다. (질소 비료를 생각해보라) 

제임스 하워드 쿤슬러가 쓴 "장기비상시대"는, 이런 모든 산업의 원동력인 천연자원(주로 석유)이 고갈되어 간다는 명백한 증거제시와 함께 인류가 맞게 될 미래에 대해 전망하는 책이다. 수도꼭지만 돌리면 석유가 펑펑 나온다는 사우디는 석유생산이 정점을 찍었다는 증거가 명백하고, 다른 여타 북해 유전도 고갈되어 가기는 마찬가지다. 미국 석유는 옛날에 정점을 찍고 지금은 생산량이 기어가는 수준이다. 

  뽑아 쓸수 있는 석유는 "긍정적"으로 봐도 얼마 남지 않았다. 1배럴의 석유를 얻으려고 1배럴의 가까운 석유를 쓰다보면, 산업 자체가 송두리째 무너질 것이다. 그런 수준까지 오면 유가라는 것도 무의미해진다. 이 책은 부족한 석유를 둘러싸고 세계대전 수준의 분쟁이 일어날 것이며, 현재 생활 수준을 유지하려는 강한 정치적 압력이 계급 갈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을 염려하고 있다.
 
대체 에너지에 대한 환상도 지적한다. 지금은 전세계가 태양광 산업에 열광하고 있지만, 태양광 발전에 필요한 패널을 제조하는데 드는 많은 석유와, 엄청난 이산화탄소 배출은 이미 유명하다. 이처럼 청정에너지라는 것들도 모조리 석유를 이용한다. 청정에너지 만들겠다며 투입하는 모든 공정은 석유를 안쓰는가? 그렇지 않다. "석유"로 만든 장비들로 "석유"대신 전기를 만들어봐야 무슨 소용인가? "장기비상시대"는 대체에너지를 찾는 인류의 활동은 대부분 과학발전에 대한 공허한 믿음 뿐이며, 지금의 생활을 석유없이도 유지시키고 싶은 망상에 다름아니라고 지적한다. 

이뿐 아니라, 물리학의 "엔트로피" 개념으로 석유가 불러온 파국을 설명한다. 몇천만년 묵어 만들어진 지하자원을 단 몇백년 만에 소진함에 따라 인류는 지구상 유례없는 고 엔트로피 상태에 빠져있고, 캐어도 캐어도 또 나오는 석유는 인류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란 믿음을 불어넣어, 이 지속된 현상은 종이 증권에 해당하는 '돈'이란 것의 폭발적 증가를 불러왔다. 이 돈의 폭발적 증가 현상은 대공황과 최근의 몇차례 경제위기를 불러왔고, 인류가 석유로 파티를 즐기던 화석연료 중독 시스템에 대한 경고였을 거라고 지적한다.

이 책은 '대안' 따위는 제시하지 않는다. 오늘 내가 석유를 덜쓰고 대중교통을 활용한다고, 석유에 중독된 산업이 청정에너지로 정화되는 것도 아니다. 엄청난 석유를 써대는 미국, 그에 질세라 급격한 석유 소비증가율을 보여주는 인도와 중국, 이런 것들로 미루어 봤을때, 석유 이후의 에너지에 대한 망상을 꿈꾸는 '대안'이란 것은 이미 의미가 없는 것이다. 황당할지도 모르겠지만 쿤슬러는 우리의 미래가 "미국의 몰몬교"처럼, 전기도 없고 석유도 없는 삶일 것이라고 예상한다. 지역사회는 현대 이전의 모습처럼, 좀더 촘촘해지고, 각자 구성원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것을 전망하고 있다. 

한마디로, "탈산업화"다. 석유 아닌 에너지로,석유와 같은 규모의 산업을 꿈꾸는 것은 어쩌면 미디어가 만든, 또는 교과서가 만든 환상에 다름 아닐까? 
   


장기비상시대

저자
제임스 하워드 쿤슬러 지음
출판사
갈라파고스 | 2011-09-15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전 세계의 모든 석유가 고갈된 미래를 전망하다!석유종말시대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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