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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감상록/영화

연대가 없는 노동의 실체,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자본가들은 언제나 연대하지만 노동자들끼리의 연대는 어렵다는 말이 있다. 그 예로 공장에서 몇달간 옥쇄파업을 하여도, 쫒겨날 세입자들이 망루에 모여 시위하다 불타죽는다 하여도, 사회가 그들 자신의 이기주의 탓을 하는 분위기를 보면 알수있다. 언론과 자본이 생존권 투쟁을 이익다툼으로 해석시키는 이런 손쉬운 방법으로 연대는 깨져버렸다. 이에 더해 정규직, 비정규직으로 편을 나누어 노동계급에도 '급' 나누는 몹쓸짓을 서슴치 않는다. 이렇게 무자비하게 비정해지는 사회에 노동자 개인에게 주어지는 도덕적 의무를 지켜야 할 이유가 있을까? 나 자신이외에는 아무도 자기를 지켜주지 않는다. 직업 또한 마찬가지다. 2006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원제 <La Couperet>은 한 가정을 이끄는 노동자가, 이 연대 없는 노동, 망망대해에서 살인이라는 다소 과격한 행동으로 해쳐나가는 모습을 표현했다. 

연대가 깨져버린 사회에선 남과 연대하기 위해 나설 이유가 없다. 그것은 시간낭비다. 오히려 윗선에선 연대를 꾸리려는 자신의 행위를 근무태만, 또는 여러가지 만들기 손쉬운 이유로 해고할게 뻔하다. 제지회사 중역으로 명예스럽지 않은 명예 퇴직을 하게 된 이 영화 주인공의 한 대사는 이 점을 잘 지적한다.
"임원을 죽여봐야 또 다른 임원이 고용되어 그의 역할 대신 나설테고, 그 많은 주주를 다 죽일수는 없는 것이고, 결국 나와 비슷한 입장에 있는 놈을 죽여야만 내가 다시 고용된다"
이것이 주인공이 살인이라는 행위를 하게 된 이유다. 그 어떤 정당한 행위로도 잃은 직업을 되돌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렵게 붙어 면접까지가서는 문전박대 당하게되고, 이런 절망스런 구직행위를 지켜보는 가족들의 시선은 그에게 엄청난 압박이 되어 돌아오기 때문에 살인은 쉽게 정당화된다. 살해 수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자신과 비슷한 커리어를 가진 사람을 찾기위해 가짜 주소로 수신함을 만들고, 이들의 이력서를 검토해서 자신과 경쟁할수 있는 여러명을 꼽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살생부엔 현역(?)도 있다. 뽑힌 사람, 뽑힐 사람, 그들을 살해하려고 배회하면서 누군가는 자신처럼 챙겨야할 가족에 힘겹게 생활하는 또다른 자신을 보지만 이 중년퇴직자의 마음을 돌릴수는 없다.

이것이 도덕적으로 잘못된 것인가? 법적으로, 도덕적으로 보자면 맞다. 누구도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남을 살해할 자유는 없다. 하지만 사회가 그 사람의 안위를 위협하고, 이른바 사회안전망이란게 무색한 자본주의 경쟁사회는, 그런 체제의 안위를 위해 개인에게 무한대의 희생을 요구할 자유가 있나? 이 영화에서 구직을 위한 살인이 잘못된 것은 인도적이지 못한 이유 때문인데, 가만보면 어느 사회는 그런 인도적인 요구의 하한선이 우리 인생 밑언저리 수준에 깔려있어 쉽게 무시당하는 듯하다. 그래서 이 영화의 장르는 '블랙 코미디'다. 


액스, 취업에 관한 위험한 안내서 (2006)

The Ax 
7.9
감독
코스타 가브라스
출연
호세 가르시아, 까랭 비야, 울리히 터커, 올리비에 구르메, 욜랭드 모로
정보
코미디, 스릴러, 드라마 | 벨기에, 프랑스 | 122 분 | 2006-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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