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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걱정/경제

석유 에너지에 대한 종속은 파멸이다, <석유종말시계>

최근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불거지면서, 전세계가 원자력이란 에너지에 쏠리도록 만든 장본인인 석유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어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왜 인류는 원자력 발전소를 세우는가? 그건 기본적으로 석유,석탄 등 화석연료에 의지하는 발전량이 경제적으로나 환경적으로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석유의 필연적인 매장량 한계에 있다.

석유는 유한하다. 이건 모두가 아는 진실이다. 하지만 석유값이 폭등하면 모두 그 가격에 불편해하며 지금의 한국처럼 정부의 유류세에 대해 비난하기도 한다. 이건 명백한 모순이다. 높아지는 에너지 가격을 받아들이면 그에 맞춰 생활 환경을 조절해야 하는데, 무턱대고 높은 에너지 가격만을 탓하며 생활이 변하는 것을 꺼려하는게 대부분 사람들의 반응이다. 이제 이런 태도는 근검절약면에서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는 비난을 받음과 동시에 추가로, 자신의 경제적 수준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수적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생활 태도가 어떻게 변하는지는 유가가 높아지는 그 것에 비례한다. 이런 변화에 대해 <석유종말시계>, 영어 원제목이 <$20 per gallon>인 이 책은 우리가 받아들이게 될 변화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첫 장은 갤런당 4달러부터 가정한다. 이 가격부터 거대 석유 산업의 종말이 시작된다. 하지만 한국사람이라면 믿기 힘들 것이다. 갤런당 4달러면 2011년 4월 25일 지금 환율로 리터당 1143원이기 때문이다.  (이 글 작성시 한국의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1950원이다) 미국이란 국가가 얼마나 값싼 에너지에 맛들이며 성장한 나라인지 알수 있다.
책은 다음 장으로 갈수록 갤런당 2달러씩 높아지며, SUV같은 육중한 차량을 파는 업계의 종말, 거대 항공사들의 파산 등이 차례로 이어진다. 엄청난 암울함이 그려질것 같지만 전직 기자인 이 책의 저자(크리스토퍼 스타이너)는 높은 유가를 받아들여 변화하게 될 산업계를 오히려 긍정적으로 그리고 있다. 전형적인 미국의 기업가 개척정신을 믿고, 뛰어난 정치인과 사업가들이 변화시킬 세상이 나쁘지 않게 묘사되고 있다. 아니, 오히려 지금보다 사람들이 더 건강하고 여유로운 삶을 누릴거라고 이야기한다. 도로는 줄어들며 철도가 지배하는 세상이 올것이고, 인간의 폐에 치명적인 분진을 내뱉는 차들이 도로에서 물러나 도시의 공기는 투명해지고, 평균 수명은 늘어난다.

물론 이런 결과는 거대 석유산업계가 망하면서 노동계에 일어나게될 정리해고, 부족한 석유를 둘러싸고 벌어질 추악한 전쟁들을 계산에 넣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점에도 이 책이 절대 나이브하지 않은 것은 유가가 폭등한 후에 벌어질 일이 아닌, 그 전 우리가 스스로 바꾸어 놓아야 할 산업의 절박함에 대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유가가 갤런당 18달러(리터당 5200원) 오른 다음에 '기름먹는 하마'인
미군이 재편되는 것보다는 그 전에 군수체계를 에너지 효율적으로 싹 바꾸는 것이 충격이 훨씬 덜할 것이다. 갤런당 20달러 (리터당 5700원)로 올라가기 전에 전 미국의 고속철도를 정비하는 것이 경제에 충격이 덜할 것이다. 이처럼 어짜피 오를수 밖에 없는 유가에 대한 최선의 대책은 최대한 석유를 안쓰는 대체산업을 주류로 편입시키는 것이고, 이것은 당연하게도 그나마 '저유가'일 때 미리 해놓는 것이 충격이 덜하다.

원자력에 대한 저자의 지나친 안전의식(?)만 뺀다면, 이 책의 예언은 대체로 진실이 되가는 듯하다. 미국인들은 갤런당 4달러에 가까워 지는 지금, 무식할 정도로 기름을 잡아먹는 픽업트럭에 대한 애착을 버리고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건너뛰고 있다. 에너지 효율을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은 어떨까?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유류세 논란이 한창이다. 중요한 것은 어느 정도 유류세에 할인을 하더라도 계속 높아지는 유가는 피할수 없는 것이라는걸 정확히 인식하고 산업의 전반을 바꿔야한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이런 의지는 정책으로 나타나야만 한다. "저탄소", "녹색성장" 화두어를 거는 지금 요 시대에 걸맞는 유가 대책을 기대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