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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1 18:47
생물의 특정한 신체 역할이 궁금할 때, 어떻게 알아 내야할까. 제일 쉬운 방법은 그 부분에 이상을 일으키거나 혹은 제거한 후 결여되는 기능을 확인해 보는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게 이런 실험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주로 동물로 실험을 한다.

이 동물실험조자 고차원적인 뇌의 인지기능을 확인하는 실험에선 큰 어려움에 마주친다. 특히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듯한 세부적인 기억체계는 동물실험으론 절대 채워지지 않을 주제다.

그런데 뇌의 기억 부문에 혁명적인 발견을 하게 될 날이 오니, 그게 참 어이없게도 누군가의 큰 불행 덕분이다. 책 <어제가 없는 남자, HM>의 주인공격인 헨리는 이 기억이란 논리적 스키마에 해부학적 지식이 합쳐지게되는, 인류사적으로 매우 의미있는 사건을 겪게된다. 헨리 개인의 인생에선 너무나 큰 비극임에도 말이다.

그는 간질로 뇌속의 해마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는다. 그리고 기억을 잃는다. 단순히 기억이 아니라, 현재 시점에서 20초 정도 지나가면 모든 일을 새까맣게 잊어 버리는 것이다. 오롯이 현재진행형으로만 살아가는 것이다. 20초가 자신이 소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프레임이라면 긴 삶을 사는게 대체 어떤 의미일까.

기억만 못할 뿐 나머지는 건강했던 헨리는 신경학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실험군이었다. 이른바 서술기억과 비서술기억의 해부 구조에서의 명확한 구분도 이 때의 실험으로 이루어졌고, 단기기억, 장기기억에서 뇌의 유기적인 기능의 세부 분류가 가능했다. 저자가 45년 가까이 헨리를 돌보고 연구했으니, 그 사이 영상 진단 기술의 발달같은 흐름이 기억 연구와 그 발전 방향을 함께 하게 되면서 뇌 관련 연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물론, 헨리가 없었다면 기억의 메커니즘 구현에 아직도 애먹고 있을 것이 분명하지만.

그의 인생에서 뜻하지 않게 일어난 일은 세상에 큰 변화를 준 기여가 됬지만, 정작 그 중요성을 자신이 스스로 이해할 서술 능력은 앗아가 버렸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헨리의 추도식에서 읊은 그대로 헨리는 역설적으로 사람들 사이에 영원히 기억될 것이라는 말은 인상깊다.

신경과학에 대한 대중에 적합한 난이도의 문체와 차가울 것 같은 주제에서도 헨리라는 한 사람의 인생 일대기를 돌아보는 듯한 따뜻함이 보이는 책이다. 나의 H.M을 연구해보고프다.


어제가 없는 남자, HM의 기억

저자
수잰 코킨 지음
출판사
알마 | 2014-12-30 출간
카테고리
과학
책소개
기이하고 비극적인 H.M.의 기억상실, 그리고 그가 선물한 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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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5 12:56

'인터넷 중독'은 언론의 총아에서 물러나 진지한 연구대상이 되어야 한다. 한국은 세계에서 제일 고도로 인터넷에 연결된 나라이고, 지나친 인터넷 사용으로 인한 문제도 제일 많이 겪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문제를 교육,연구,현명한 공공정책으로 해결하려하는데, 어떤 노력에서도 굳이 '인터넷 중독'을 정신 장애로 선언할 필요는 없다. 다른 나라들도 이 훌륭한 모범을 따라야 할 것이다. - 정신병을 만드는 사람들, p286


저자는 DSM이라 불리는 정신병 진단 기준 편람에 참여했던 의사로서, 현재의 모호한 진단 기준이 정신병의 진단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으며, 이에 따른 향정신성 의약품 지나친 복용 위험성을 경고하고자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위 인용문은 "행동 중독"이라는 DSM-5의 개정 추가된 정신병 진단 기준 자체의 모호성을 비판하면서, 그에 대한 해결책으로 한국의 예시를 들고 있다.  


물론 한국의 상황은 "인터넷 중독" - 이하 게임 중독이라 부를수도 있는 - 을 실제 정신병으로 취급하여 많은 사람들이 향정신성 약품을 자기 입에 털어넣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가 착각한 것 처럼 그것은 어떠한 교육, 연구, 공공정책으로 해결된 것이 아니다. 한국의 해결책이란 것은 지극히 교조적이고 권위적이었으며, 당사자와의 어떠한 의사소통도 거치지 않았다. 


12시 이후 게임이 자동으로 끊기는 셧다운제가 그랬고, 최근 없어지긴 했지만 학생들의 스마트폰을 통제하겠다며 강제설치하게 했던 한 응용프로그램등이 그런 대표적인 예다. 


이것은 저자가 지적했던 함부로 정신약을 처방하는 것-진단 인플레이션-과 같은 류의 실수다. 어떤 모호한 의학적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그것의 교차적인 확인, 그리고 실제 일상에 치명적인지에 대한 2차적인 소견, 그리고 그것이 집단상에 유의미한 숫자의 환자가 있을때 그것을 정신병이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한국은 이것을 정신병으로 규정할 것이냐는 피곤한 논란을 우회하고 처방약인 향정신성 의약품을 대신 하여 여러 규제를 쉽게 설립한 것 뿐이다. 


이런 규제가 정말 여타 향정신성 의약품 처럼 적용되는 사람들에게 부작용이 없는지 심각하게 고민은 해본걸까? 우리의 정책입안자들이란 사람들, 국회의원들은 1차 임상의라는 가운을 입고 매일 나라의 여러 임상학적 증상을 고민해 봐야하는 일종의 의사일지도 모른다. 자라나는 세대가 일상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차단은 신체,정신 자유상의 심각한 제한 아닌가? 그런 걸 너무나 당연하게 경험한 세대는 건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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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26 12:52

TV나 인터넷 뉴스를 보자, 외신에선 서방기자가 참수당했다는 뉴스가 첫면에 나온다. 저 멀리 중동에서의 잔인한 전쟁은 몇명 사망하는 것은 이제 뉴스도 아닌듯 하다. 또한 국내 소식은 각종 성폭력 및 직계가족간의 비정한 살인 같은 뉴스가 끊이질 않는다.


"인간 불행의 유일한 원인은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머무르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파스칼은 인간의 만성적인 불행의 원인을 자신의 고립을 한정하지 않으려는 인류 본연의 공통적 성격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몇천년 전 선사시대의 고고학적 증거는 그 시절에 전쟁이 없었으며, 또한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정신적인 학대 또한 존재하지 않았음을 분명히 증명한다. 

분명 어느 시점에서 인류는 전쟁통에 빠져들며 세상 전체가 정신적인 불화상태에 빠져들었다. 그 사이에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자아 폭발> 은 역사적 기록을 바탕삼아 인간 집단 전체가 이러한 광기에 휩싸인 이유와 그 과정을 설명한다. 지금은 사막인 사하라 지역부터 시베리아까지 먹을 것으로 풍족한 숲이었다. 그러나 기후 변화로 사막화가 진행되면서, 차츰 안에서 수렵생활을 하던 인간들은 매우 부족한 자원의 양으로 살아가야할 처지가 되고, 자아를 발달시켜 자기반성적인 생각을 해야 만 "먹고살수" 있었던 것이다. 이 모든 "수난"은 그 동안의 자연과 함께하던 일종의 공감정신을 일제히 함몰시키고, 자신의 자아를 고립시키는 과정을 낳았다.  이 고양된 자아는 주변과의 공감을 상실하고, 필연적인 주변과의 갈등을 낳는다.


물론 인류가 그 자아 폭발로 여러 우수한 발명을 이룬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인간의 역사에 "순이익"따위는 없다. 그저 부끄러운 역사는 엄연한 사실로서의 하나의 도덕적 잣대이다. 과학 기술의 발달이나 국제 곳곳에서 정당한 민주주의가 출현했다는 것이 저 피로 점철된 추한 역사의 뒷길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에서 다루는 전쟁, 가부장제, 어린이에 대한 억압, 인종차별, 그리고 불평등에 대한 공통적인 분모는 모두 "공감"의 상실이다. 우리는 가끔 우리가 뜻 모르게 분노하는 대상이 우리와 같은 인간이며, 같은 가치를 향유하여 가질 수 있는 하나의 개체임을 망각한다. 이것은 어떻게 좋게 해석을 하던 공감을 상실한 것이다. 그 예로 성폭력은 여성을 자신과 같은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는 공감없는 정신체계의 산물이며, 전쟁이란 것 또한 자신과 교류 없는 집단을 아예 인간 이하로 격하시키는 집단적 사이코패스 과정인 것이다.


서로간의 공감을 회복해 정신적인 불화를 벗어나기에는, 너무 늦었을 가능성도 크다. 인류가 공감을 상실한 개체가 생명뿐만이 아닌 자연에 대한 우리의 세계관까지 크게 망쳐 놓았기 때문이다. 저 옛날 인류가 자아 폭발을 겪은 그 현장의 배경엔 기후변화라는 큰 틀이 있었다. 지금의 인류 또한 일부 세계를 중심으로 약간의 평화상태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작금의 통제되지 않는 자연파괴, 즉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미 우리에게 또한번의 큰 기후변화를 안길 것임이 분명하다. 아직도 이것을 과학기술의 해결할 수 있다고, 인류의 미래 해결 선상에 놓는 자들이 많다. 그러나 비이성과 이성이 매우 혼잡스럽게 존재하는 세상의 미래에 체계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이 것이 어떤 방향으로 우리의 "자아 폭발"에 또 영향을 줄 지는 미래에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이다.




자아폭발: 타락

저자
스티브 테일러 지음
출판사
다른세상 | 2011-09-30 출간
카테고리
인문
책소개
"지난 6000년 동안 인류는 일종의 집단적 정신병을 앓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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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7 19:17

내가 처음으로 아파트에 입주한 때가 생각난다. 지금은 아담하다고 할 수준의 12층 아파트 2동짜리 였는데 엘레베이터를 탄 그 순간부터 이 곳은 뭔가 세련되었다는 느낌이 물씬 들었다. 베란다 너머 보이는 넓은 전망, 좁은 공간을 최대한 펼쳐 놓은 듯한 평수, 그리고 각자의 방으로 분리된 공간. 


현대를 사는 한국인에게 아파트라는 것은 이렇게 현대성과 편안함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런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외국(정확히는 서구)에 나가 자신이 아파트를 선호한다고 얘기한다면 아마 굉장히 수상히 여길것이 분명하다. 서구에서 시도된 아파트 단지들은 지금은 대부분 범죄의 온상과도 같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영화 <13구역>을 보면 이와 같은 이미지들이 잘 투영되어 나온다. 


<아파트 공화국> 책을 지은 발레리 블레조는 이런 한국과 프랑스의 대조적인 아파트에 대한 이미지, 그리고 아파트단지의 흥행 정도를 두고 심도깊게 연구한 책이다. 아파트 내부의 한국 전통 생활상이 투영된 모습, 구성 세대원들의 조사 내용도 포함되어 있지만 내가 정말 관심있게 본 것은 "한국은 어떻게 아파트 공화국이 되었냐"라는 부분이었다. 


군사정권이 야심차게 추진한 마포아파트와 종암아파트 대단지 분양은 말 그대로  대박을 치게되고 그 이후론 고급형 아파트들이 강남을 비롯한 서울의 여러곳에서 본격적으로 지어진다. 저자는 여기서 한국의 아파트 분양제도가 "공공"의 형식이 아닌 "소유"하는 제도로 대부분 진행된 점이 분양 시장의 가속화를 불러왔다고 분석한다. 이 점에선 프랑스 혁명때부터 공공주택을 정부 차원에서 공급해 노동자 계층의 안정을 꽤하려는 역사가 있는 프랑스에 비해, 이제 막 국민임대 등을 통한 공공 형식이 보급되어 가며 한국에서 받아들여 지는 방식에 꽤 차이가 있음을 느꼈던 것이다. 


이후의 역사야 후술할 필요도 없다. 나라에서 국민을 보호하기는 커녕, 판자촌을 강제로 뒤엎고 살던 사람을 내쫒으면서까지 아파트가 "난립"했다. 마치 그 길이 유일하게 경제가 성장하는 길인 것처럼 프로파간다되었고, 좀 더 높게 짓고 넓은 용적율의 똑같은 건물이 뒤덮힌 서울은 이내 성냥갑이라 불리는 건축학 실패의 살아있는 예제가 되었다. 그렇게 최대한 빠르게 만들어 주택보급율에서 속도전을 진행했는데 이 다음의 역사는 어떻게 될까? 저자는 유지보수가 더더욱 힘든 아파트 대단지들이 재건축 시한이 올수록, 그리고 그런 대단지가 유난히 많은 서울의 수명이 그만큼 짧아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지대가 특정짓는 가치가 낮은 아파트 특성상 입주민들이 재건축 할만한 경제적 여지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부동산 시장은 큰 경기 불황을 만나, 저자가 경고한 아파트를 특징 짓는 낮은 수명과 잦은 재건축이 상충되는 시점을 만나기는 매우 먼 시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미분양 아파트들과, 똑같은 미적 기준으로 하향평준화 되버린 아파트 풍경 속에서 이를 헤쳐나갈 길이 과연 아파트 유형을 벗어난 다른 형태의 주택 대안은 없는 것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책 속에서 크게 웃겻던 부분인데 한 번 발췌해 본다.


한번은 동료 도시기획자에게 서울의 도시 축약본을 보여주었더니 "한강변의 군사기지 규모는 정말 대단하군"라고 했다. 바로 반포의 아파트단지 였다. - p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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